경제
파괴적 혁신으로 기존 백화점 공식 거부
디저트전문관·남성 명품존 성공적 안착
[마이데일리 = 유현희 기자] "2등이지만 1등입니다."
국내 백화점 점포당 매출 1위를 기록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얘기다.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에 이은 백화점 업계 매출 2위다. 2위 기업이 1등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매출은 3조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3조 매출을 기록했다.
2등 신세계의 저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매출 1조 이상 백화점 점포는 12개다. 이중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1조 이상 점포는 4개에 이른다. 점포당 매출 1위와 3위가 모두 신세계 백화점 소속이다. 특히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방 상권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점포로 수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강남점은 백화점 업계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첫 1조 매출 신화를 쓴 이후 성장세를 거듭하며 2023년 점포 매출 3조 시대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성공 이유는 비단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끊임없는 '혁신'를 거듭해왔다. 대부분의 1등 기업은 안정 속에서 변화를 꾀한다.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 주저하기 일쑤다.
클레인튼 크리스텐슨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는 성공의 역설로 인해 1등 기업이 추월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성공의 역설이란 기존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 기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집중하는 '지속적 혁신'에만 몰입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데 백화점 점포 '1층=화장품'이라는 공식은 10년 전만해도 일반적이었다. 늘 1위 자리에 있던 기업의 상당수는 이 공식을 파괴하지 못한다. 섣부른 도전이 고객의 외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매장에 방문하는 주요 구매층의 연령대와 객단가에 따라 층별 공식을 파괴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위 자리에 오른 후 수개월간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매장을 리뉴얼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를 1층에 배치하거나 디저트 전문관인 '스위트파크'와 남성 전문 명품존이 대표적이다. 디저트전문관의 경우 다양한 디저트를 구매하고 직접 시식하며 고객이 백화점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권 전문가들은 '유동인구'보다 주목해야할 것으로 '유속'을 꼽는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권이라도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성전용 명품존은 어떤가. 명품의 주소비층이 여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남성을 위한 명품존의 매장 규모를 확대한 결과 백화점 고객의 조연이었던 남성을 주연급으로 격상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3대 백화점 가운데 신세계백화점만이 유일하게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도 이같은 파괴적인 혁신의 결과물이다.
기업들은 올 한해 역대급 불황을 예고했다. 어떤 기업은 성과급을 전년보다 줄이고 일부 기업은 '희망퇴직'으로 정리해고를 포장한다.
CEO에게 묻고 싶다. 기존의 사업을 이어가는데서 소소한 변화를 추구하는 '지속적 혁신'에만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가.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가.
불황이 예고되는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정리해고가 아니다. 파괴적 혁신을 도입하는 것.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올해도 주목하는 이유다.
유현희 기자 yhh1209@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