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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카르멘, 한국 데뷔" (Detik, Kompas, Liputan6 등 인도네시아 주요 매체)
최근 K팝 신인 그룹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된다. 과거 중국인 멤버가 한두 명씩 포함되어 글로벌 팬층을 넓히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최근 들어서는 동남아시아 출신 멤버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K팝이 동남아시아로의 영역 확장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SM엔터테인먼트가 새로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다. 이 팀 멤버 중 카르멘은 국내 4대 기획사에서 최초로 배출된 인도네시아 국적 아티스트다. 실제 데뷔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네시아 주요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인도네시아 K팝 슈퍼루키'의 탄생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SM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여름 SBS에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에서는 필리핀 국적의 엘리시아가 최종 1위를 차지하고 그룹 유니스로 데뷔하며 이미 국내외 K팝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필리핀 국적 멤버가 우승하며 그룹 데뷔가 확정된 것은, 곧 'K팝 마켓에서 동남아시아의 존재감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변화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동남아시아 K팝 팬덤이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K팝 관련 콘텐츠 소비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활발한 공연 수요와 굿즈 판매가 나타나면서, 이들 국가는 K팝의 ‘핵심 해외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업계 입장에서도 동남아 출신 멤버를 영입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팬덤을 견고히 다지는 전략적 이점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점차 강조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흐름이다. 예전에는 ‘한중일’ 3국이 주를 이루던 멤버 구성이 ‘다국적’으로 한층 다채로워진 것이다. 동남아시아 출신 멤버들의 합류로 그룹 내 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이 늘어나면서, 더 폭넓은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기획사들의 전략적인 선택과도 맞물린다.
중국 시장의 불안 요소도 하나의 이유다. 과거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중국인 멤버를 선호한 데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중국 정부가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국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K팝이 직접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실제로 기존에 중국인 멤버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겪는 비자 문제나, 중국 내 활동 제한 등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비해 동남아시아 국가는 비교적 정치적·문화적 제약이 덜하고, K팝에 대한 수요가 탄탄히 형성되어 있어 선택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멤버들이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하면, 해당 멤버의 모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응원 군단’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는 동시에 K팝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자부심과 애정이 폭발하는 것. 이는 해외 투어 흥행이나 음원 스트리밍, 굿즈 판매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시너지로도 직결된다. 동시에 이들의 독특한 매력과 언어적 능력은 전 세계 팬들과의 소통 폭을 넓혀, 팀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다.
동시에 이 흐름은 K팝 진출을 꿈꾸는 동남아시아의 예비 연습생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 일본, 미국 출신에 비해 선례가 적기 때문에 도전이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카르멘이나 엘리시아 같은 스타 사례가 나오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기획사들의 오디션 포맷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직접 오디션을 진행하거나, 한류 확산 프로젝트를 현지 정부와 협력하는 시도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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