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환 기자] "우리가 아이돌인 줄 알았다니까?"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최근 몇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악재를 겪었지만, 시즌이 시작된 후 KIA는 돌변했다. 정규시즌에서 87승 2무 55패 승률 0.613으로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의 꼭대기에 오르더니, 한국시리즈(KS)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격파하며 'V12'를 통합우승으로 장식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번 우승으로 KIA의 연고지인 광주는 그야말로 잔치의 연속이었다. KIA 선수단은 우승 직후 광주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경험했고, 11월 말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타이거즈 V12 팬페스타'를 통해 통합우승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만끽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특히 KIA 선수단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깜짝 공연까지 선보였다.
지난해 KIA가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유망주' 김도영이 꽃을 만개했던 것이었다. 김도영의 역대급 시즌에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외의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KIA '최고참' 최형우는 116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2개의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109개의 타점을 쓸어담으며 '중심타자'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4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최형우는 지난 12일(한국시각) 우승의 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02년 2차 6라운드 전체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형우는 지금껏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다. 최형우는 2011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삼성이 '왕조'를 구축한 시기에 핵심 선수로 명성을 떨쳤고, KIA로 이적한 뒤 2017년에도 한차례 우승을 맛봤다.
최정상에 오르는 순간은 늘 좋고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 어떤 우승보다도 최형우에게 강렬하게 남은 듯했다. 최형우는 "우승은 좋다. 좋은데, 그 뒤에 카 퍼레이드를 하고, 강당에 모여서 팬 페스트를 하는데, 난리도 아니었다"며 "나는 우리가 국회의원 유세 현장에 나가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최형우는 마치 전날 경험한 듯 감정이 벅차오르는 모습이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아직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생각은 없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승리를 통해 현역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최형우는 작년 우승 직후의 일들을 떠올리며 "그런 건(우승, 카퍼레이드, 팬 페스트)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지금까지 우승을 해도 그런 적이 없었다. 우승을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팬들이 팬 페스트에 오진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아이돌이 된 줄 알았다"며 "조금 오버해서 이야기하자면 갓 태어난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선수들을 알아볼 정도다.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 알아봐 주신다. 광주에서 KIA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선수들도 더 경각심을 갖고, 생활을 조심하면서 야구는 미친 듯이 잘하면 연예인보다 더 많은 인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의 우승이 최형우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배경에는 2017년 우승 당시에는 신혼여행으로 인해 우승 행사에 참여를 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최형우는 "2017년 당시에는 내가 처음 오지 않았나. 물론 당시에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팬 페스트를 하고 카퍼레이드는 없었지 않나. 그리고 구단 행사가 있을 때는 신혼여행으로 인해 참석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걸 제대로 느껴봤다"고 웃었다.
최형우는 현재 오승환(삼성)에 이어 KBO리그 '2인자'에 해당된다. 경쟁력은 여전한 만큼 FA 계약을 통해 더 '최고령' 기록들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다. 오롯이 작년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것만 외쳤다.
그는 "나는 (김)도영이나 위즈덤처럼 많은 홈런을 칠 수도 없고, (박)찬호 처럼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다만 주자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은 타점을 뽑아내야 하는 선수"라고 힘주어 말하며 "올해 우승하고 재계약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오프시즌 전력 유출도 많지 않았던 KIA는 올해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상황. 최형우가 원하는 그림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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