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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LA 에인절스 커리어가 사실상 끝났다. 올해 안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앤서니 렌던이 기어코 '먹튀'의 전설로 남을 전망이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5일(한국시각) 켄 로젠탈의 말을 인용, 렌던이 시즌 아웃될 것이라 전했다.
앞서 13일 'MLB.com'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일제히 "렌던이 왼쪽 엉덩이 고관절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상당한 기간 동안 결장할 것"이라 밝혔다.
로젠탈은 "에인절스와 렌던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건 단순히 또 하나의 불운한 사건이 아니라, 그의 에인절스 커리어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올해 안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못 박았다.
2011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은 렌던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부터 7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듬해 곧바로 21홈런 83타점으로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150안타 2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9년 대단한 시즌을 만들었다. 렌던은 146경기에서 34안타 126타점 타율 0.319 OPS 1.010을 기록, 워싱턴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7경기 20안타 3홈런 15타점 타율 0.328 OPS 1.003으로 워싱턴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려놨다. 이때 렌던은 생애 첫 올스타를 비롯해 커리어 두 번째 실버슬러거, 내셔널리그 MVP 투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몰락했다. 2019시즌 종료 후 렌던은 에인절스와 7년 2억 4500만 달러(약 3532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은 52경기 9홈런 31타점 OPS 0.915로 준수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매년 6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부상 부위도 다양하다. 고관절, 손목, 정강이, 무릎, 햄스트링, 사타구니 등 전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무려 2024시즌까지 무려 12번이나 부상을 당했고, 이번 고관절 수술로 13번째 부상을 당했다.
최근 5시즌 동안 렌던은 연평균 5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단축 시즌이던 2020년(52경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숫자다. 기간 내 렌던은 연평균 45안타 4홈런 타율 0.242 OPS 0.717로 돈값을 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렌던은 벤치 멤버로 강등됐다. 에인절스는 베테랑 3루수 요안 몬카다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몬카다는 3루에서 뛸 가능성이 크다. 에인절스는 기존 3루수 렌던에게 주전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따라서 렌던은 벤치 멤버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렌던과 에인절스의 계약은 2026년까지다. 올해를 통째로 날린다면 단 1시즌만 남게 되는 것. 에인절스는 2025년과 2026년 렌던에게 3850만 달러(약 555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렌던은 이번 오프시즌 막바지에 재활 과정에서 후퇴를 겪었다"라며 "최근 몇 주 동안 재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여러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다. 장기적인 재활이 필요할 것이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렌던이 그대로 은퇴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ESPN' 알덴 곤잘레스는 "렌던 주위 관계자들에게 들으니 그대로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다. 큰 허리 수술인 데다 올 시즌 종료 후엔 계약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라면서 "나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다. 에인절스 일원으로서 플레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다. 평소 렌던이 구설에 올랐기에 위로와 안타까움보다는 분노의 정서가 더욱 크다. 렌던은 2024시즌 전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시즌을 짧게 만들고 싶다. 경기 수가 162경기로 너무나도 많다. 185일가량 시즌이 치러진다. 이 끔찍한 현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의견일 수 있지만, 매 시즌 100경기 이상 결장한 '먹튀'가 할 말은 아니라는 반응이 다수다.
가장 유명한 망언은 "야구가 1순위가 아니다"라는 말. 렌던은 "야구가 내 인생에서 최우선 순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야구는 직업일 뿐이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 나는 야구보다 신앙과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개인의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렌던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고액 연봉자이며, 제대로 경기에 뛰지 못해 선수의 의무도 다하지 못했다.
워싱턴의 역사를 썼던 선수가 먹튀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렌던과 에인절스의 남은 계약은 어떻게 될까.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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