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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스프링캠프 6일차 훈련을 마무리했다. 지난 13일 2일차 훈련과 비교했을 때 김혜성의 얼굴에는 조금이나마 여유가 더 있어 보였다.
지난 2017년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김혜성은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8홈런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을 남긴 뒤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문을 두들겼다. '한 방'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3할이 넘는 통산 타율과 20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스피드는 분명 빅리그 구단에서도 군침을 흘릴 만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빅리그 30개 구단을 대상으로 포스팅이 된 후 'MLB.com'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김혜성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혜성을 향한 '니즈(Needs)'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의 보도들과 달리 포스팅이 마감되는 날까지도 김혜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는데, 데드라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드디어 김혜성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바로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팀인 LA 다저스였다.
그동안 다저스는 김혜성과 단 한 번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그만큼 다저스의 전력이 탄탄했던 까닭. 굳이 내야수를 영입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주전 2루수 개빈 럭스를 비롯해 'MVP' 무키 베츠, '한국계' 토미 에드먼, '슈퍼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와 미겔 로하스까지 센터라인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미 기존의 자원으로도 충분히 한 시즌을 치러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김혜성이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저스가 곧바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다저스는 김혜성이 타격폼과 어프로치 등에서 조금만 변화한다면, 충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김혜성과 계약을 맺은 뒤 주전 2루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이는 내색할 순 없으나 김혜성 입장에선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혜성이 입지를 굳힌 것은 아니다. 다저스는 럭스와 작별했지만, 또 다른 '슈퍼 유틸리티' 키케 에르난데스와 재계약을 맺었다. 때문에 김혜성은 2루만 놓고 본다면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그리고 최근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2루수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는 토미 에드먼까지 경쟁을 펼쳐야 한다. 26인 로스터를 놓고 본다면, 외야수 앤디 파헤즈와 제임스 아웃맨까지도 김혜성이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17일 어쩌면 김혜성의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미겔 로하스는 김혜성의 빅리그 입성을 확신했다. 로하스에 따르면 '레츠 고 다저스!(Let's go Dodgers!)'를 외치며 김혜성에게 수비 훈련의 마지막 타구를 맡기는 것은 베츠가 주도하고 있지만, 자신이 도입한 것이라고. 그런데 이 문화를 만든 이유가 있다. 바로 김혜성의 적응을 돕기 위함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로하스는 "김혜성이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이전에 이런 환경에 있었던 적이 없다. 우리는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김혜성은 모든 것을 정말 잘해왔고, 팀으로서 다가올 일에 대비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매일 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5만 2000명이 소리친다. 9회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기회를 준비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로하스는 "이건 내가 먼저 시작했다. 나와 김혜성은 10일 동안 함께 해왔다.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김혜성의 모든 것에는 많은 노력이 있었고, 우리는 김혜성을 위해 그렇게 해왔다. 우리는 항상 마무리를 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그가 실제로 압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성이 공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엄청난 압박감이 들고, 김혜성이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괜찮다. 그 불편함을 통해 중요한 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강을 잡는 것이 아닌 김혜성이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시킨 셈. 로하스는 김혜성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는 자신감도 자만도 아니었다. 로하스는 "나는 김혜성과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이 팀의 일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 김혜성도 자신이 다저스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하스의 눈에 김혜성은 어떤 선수일까. 그는 "김혜성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우리를 도와줄 좋은 선수라 생각한다. 내가 김혜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말하는 것을 기꺼이 듣고 싶어 한다. 이는 김혜성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김혜성이 정말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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