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그저 립서비스'라고 볼 수 있지만, LA 다저스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의 입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바로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김혜성은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진화해 나가고 있다.
2024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노크한 김혜성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한 몇몇 구단과 연결고리가 형성되더니, 포스팅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0억원)가 보장되고, 이후 다저스가 동행을 희망해 옵션을 발동하면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7억원)를 추가로 지급받는 구조다.
다저스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도 탄탄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내야 주전은 물론 백업까지도 물 샐 틈이 없는 팀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기대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고, 현재 김혜성을 비롯해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 토미 에드먼, 미겔 로하스를 경쟁에 붙였다.
KBO리그에서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86타점 591득점 211도루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에서 매력을 느낀 다저스가 김혜성을 영입했을 터. 하지만 김혜성은 다저스에 입단한 이후 엄청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특히 타격에서 김혜성은 상체와 하체를 모두 뜯어고치는 중이다. 김혜성에 따르면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타격폼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김혜성은 그동안 홀로 타격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다저스에서는 선수의 타격폼을 촬영, 분석해 문제점을 고치는 시스템에서도 같은 보완점이 발견됐고, 이에 김혜성은 구단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내 타격폼을 촬영하고 분석해 주는 시스템이 있더라. 그걸 본 뒤 코치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많이 수정을 하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확률 스포츠이다 보니, 스윙 결을 비롯해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혜성은 "빠른 볼을 치기 위해서 면을 만든다기 보다는 야구공이 앞에서 날아오는데, 최대한 많은 안타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년 타격폼을 바꿨지만, 이렇게 크게 바꾸게 된 것은 4년 만인 것 같다. 다저스에서 타격폼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했다. 나도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다저스는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점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딱 맞았다"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주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변화를 가져가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시범경기에서 자칫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먹혀들지 못할 것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면,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하게 될 수 있는 까닭. 이렇게 될 경우 김혜성은 빅리그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러야 한다. 특히 김혜성의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없다.
하지만 김혜성 큰 도전에 나선다. 그는 "야구는 결과를 내야 하는 스포츠다. 조급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정을 하면서 결과를 내야 한다. 수정을 안 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수정을 하고 아쉬운 결과가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김혜성의 '도전정신'을 본 선수, 감독, 코치는 하나같이 칭찬을 쏟아내는 중이다.
김혜성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미겔 로하스는 "김혜성이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김혜성과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이 팀의 일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내가 김혜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말하는 것을 기꺼이 듣고 싶어 한다. 이는 김혜성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캠프가 시작된 직후 "나는 김혜성이 자신에게 베팅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김혜성에게는 다른 기회가 있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를 택했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며 "그는 이미 빠르게 공부하고 있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애런 베이츠 타격코치 또한 "김혜성은 잘하고 있다. 그는 조정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몸에 잘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정을 해왔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는 정말 잘했다"며 "때로는 조정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김혜성은 훈련 내내 훌륭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단순한 립서비스라고 보기에는 김혜성을 향한 평가는 매우 공통적이다. 이러한 김혜성의 노력이 빛을 볼 수 있을까. 일단 김혜성은 22일 첫 번째 시범경기에서 2루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석에서 총 13구를 지켜보는 등 1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김혜성의 위대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