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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새로 시작하는 느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 감독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스프링캠프 첫 경기 출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2024시즌에 앞서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26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지 않았던 이정후에게 무려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안겼다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정후에게 악몽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던 2023시즌에도 이정후는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을 온전히 치르지 못했는데,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이정후가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펜스와 강하게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이정후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어깨 검진을 받아본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이정후는 재활을 통해 정규시즌 후반부 복귀를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는 수술을 통해 불안요소를 완전히 지우고 2025시즌을 준비하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오는 23일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앞두고 있다. 신시내티전 이후 무려 286일만의 복귀다.
현재 몸 상태는 완벽하다.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풀스윙을 돌렸고,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홈 송구까지 별 다른 문제 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야수조가 본격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에는 라이브배팅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첫 라이브배팅에서 이정후는 투수의 볼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라이브배팅에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내밀어보려고 했으나, 투수의 제구 난조로 인해 파울볼을 하나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전날(21일) 진행된 라이브배팅에서의 성과는 있었다. 이정후는 "어제(21일)는 공도 많이 보고, 타격도 했다. 어제 좋았던 것은 변화구를 많이 봤다. 아직 변화구에 타이밍이 잘 맞진 않지만, 그래도 변화구를 봐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려움이 전혀 없진 않다. 2023시즌에 이어 2024시즌도 시즌을 제대로 치러보지 못한 까닭에 실전 감각이 무뎌져 있다. 결국 이정후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정후는 밥 멜빈 감독이 23일 샌프란시스코의 시범경기 개막전이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갈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 흔쾌히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후는 23일 경기에 중견수, 3번 타자로 출전한다.
이날 이정후는 라이브배팅을 두 차례 소화했는데 안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러한 과정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어제(21일)부터 아예 안 맞았다. 지금 헛스윙을 계속하고 있다"며 "아직 느낌상 투수와 타자의 거리에서 날아오는 감이 조금 떨어진다. 확실히 쉬었던 것이 느껴진다. 많은 경기에 나가서 빨리 감각을 일으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구장과의)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라이브BP와 경기는 환경이 달라진다. 라이브BP의 경우 뒤에 그물망도 세워놓고, 코치님들도 서 계시면서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다면, 경기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계속 헛스윙도 하고, 방망이도 내밀지만,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경기를 치르면서 이런 것들을 잡아가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급하지 않은 것은 샌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정후가 얼마나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는지 알고 있는 까닭. 잭 미나시안 단장 또한 이정후는 '건강만 하면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감각만 돌아온다면,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정후는 '라이브BP 후에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더라'는 말에 "내가 먼저 코치님께 말을 걸었다. 코치님께서 '역시 안 맞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안 맞는다. 잘 모르겠다. 투수와 타자의 거리와 피치 터널 구간이 잘 안 보인다'라는 말을 하니 '그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아라. 스윙이나 이런 것은 좋기 때문에 그냥 돌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정후가 원한다면 감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줄 방침이다. 이정후는 "코치님께서 원한다면 투수 볼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셨다"며 "이렇게까지 오래 쉰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복귀했을 때 어느 정도 감각이 남은 상태에서 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큰일 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내가 잘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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