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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브라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일본인 선수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인물은 현재 한신 타이거즈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사로 활동하는 중.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바로 그 인물은 이토 비토르(Ito Vitor)라는 이름을 지닌 선수다. 1995년생의 이토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재학한 뒤 일본으로 건너왔다. 형과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에 집중하기 위함. 그리고 쿄에이 대학에 재학하던 시절이었던 2016년 WBC 브라질 대표팀으로 처음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토는 일본 구단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쿄에이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생명에 입단해 5년 동안 뛰었다. 그러던 중 자신과 같은 브라질 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2011년 일본프로야구 육성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지명을 받은 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뛰었던 카나부 우고라는 인물의 조언을 받아 직장을 한신 타이거즈로 옮겼다.
2022년부터 한신에 몸담게 된 이토는 지난해 4월부터는 육성 외국인 선수인 베탄시스와 마르티네즈 등의 통역을 맡기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자란 만큼 스페인어와 영어는 물론 일본어까지 능통했던 덕분. 그리고 올해 브라질 대표팀이 WBC 예선 라운드를 치르게 됐고, 이토 통역이 브라질 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통역의 신분이 아닌 선수로 WBC에 출전하게 됐다.
이토 통역은 3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콜롬비아 대표팀과 맞대결에 유격수, 8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2년이 넘는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이토 통역은 이날,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 미네소타 트윈스,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뛰었던 지오 어셸라와 마이애미 말린스, 클리블랜드, 탬파베이 레이스를 거쳐 워싱턴 내셔널스에 소속돼 있는 해롤드 라미레즈의 타구를 깔끔한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콜롬비아는 선발 투수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3시즌 동안 255경기(248선발)에 나서 81승 82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 중인 훌리오 테헤란을 상대로 초구 커터에 기습 번트를 통해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이날 테헤란은 6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피안타를 단 한 개 밖에 내주지 않았는데, 그 상대가 바로 이토 통역이었다.
다만 이날 예선 라운드에서 미소를 지은 쪽은 콜롬비아였다. 브라질은 선발 투수로 KBO리그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前 KIA 타이거즈 출신의 보 타카하시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타카하시는 경기 초반부터 콜롬비아 타선을 막아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2⅓이닝 동안 5피안타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아쉬운 투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줄줄이 점수를 내줬고,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면서 0-5로 패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브라질이 콜롬비아, 독일, 중국과 함께 소속된 조에서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면, 이토 통역은 내년 열리는 본선 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고 뛸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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