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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운명의 장난인가.
한국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한국계 메이저리거를 적극 차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토미 에드먼(30, LA 다저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에드먼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막 쌓아가던,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에드먼은 내, 외야를 모두 볼 수 있지만, 당시 세인트루이스에서 꾸준히 2루수로 나갔다. 때문에 대표팀도 자연스럽게 에드먼을 주전 2루수로 썼다. 이는 곧 주전 2루수가 유력했던 김혜성(26, LA 다저스)의 백업행을 의미했다.
김혜성은 2022년에 2루수 전향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누가 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주전 2루수로 마침맞았다. 그러나 에드먼의 등장에 백업으로 밀려났다. 2021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유격수로 갈 수 있었지만, 그 자리는 당연히 김하성(30, 탬파베이 레이스)의 것이었다.
김혜성은 최선을 다했다. WBC를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서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당시 사령탑이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KBO가 에드먼을 모셔오는 입장에서 주전으로 쓰지 않을 수 없으니, 김혜성을 전천후 백업으로 써야 했다. 그렇게 김혜성도 대표팀도 WBC를 아쉽게 마쳤다.
2년이 흘렀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김혜성이 3+2년 2200만달러에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2024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에드먼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리고 개빈 럭스(신시내티 레즈)가 트레이드 됐다. 자연스럽게 김혜성의 주전 2루수 입성이 유력해 보였다. 에드먼은 주전 중견수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혜성이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개조하면서 적응하는 과정이 다소 더디자, 여기저기서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이 언급된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시범경기 8경기서 타율 0.118 1홈런. 누가 봐도 작은 표본이다. 배트를 든 손의 위치를 내렸고, 다리의 움직임을 상당히 줄인 건 엄청난 변화다. 지난 8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다저스가 앞으로 치를 시범경기 8경기에 모두 출전해도 완벽히 적응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남은 8경기를 통해 도쿄시리즈 멤버, 다시 말해 개막엔트리를 확정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김혜성을 현 단계에서 평가해야 하는 입장이다. 메이저리그 신인 김혜성에겐 그동안 쌓아놓은 애버리지가 없다. KBO리그 타격 실적이 압도적인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기준으로 장타력이 약점인 선수인 건 맞다. 마이너거부권이 없는 현실, 주전을 보장받지 못한 현실 모두 김혜성도 알고 뛰어들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에드먼이 주전 2루수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뎁스 좋은 다저스에서 김혜성이 주전을 안 맡는다고 해서 타격은 없다. 외야가 내야보다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마이클 콘포토가 중심을 잡으면 된다. 에드먼이 주전 2루수를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에드먼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633경기에 뛴, 그러면서 다저스와 5년 7400만달러 장기계약을 체결한 ‘굳은 자’다. 김혜성과 위상 차이가 크다.
결국 김혜성은 공교롭게도 2년을 간격으로 에드먼에게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물론 우연이지만, 이게 엄연한, 냉정한 현실이다. 김혜성으로선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본인이 개막엔트리를 짤 수도 없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그에 따라 생활하면 된다.
설령 도쿄돔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도 괜찮다. 마이너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다저스가 부담 없이 시즌 중에도 김혜성을 콜업할 수 있다. 수비력과 기동력이란 옵션이 있다.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무를 가능성은 낮다. 아무리 그래도 마이너리그에서만 쓰려고 2200만달러 계약을 안기는 팀은 없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타격 매커닉 변화의 완성도를 더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막엔트리에서 탈락해도 트리플A에서라도 완성을 확인하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을 때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
김혜성에겐 3년이란 시간이 있다. 3년간 긴 호흡으로 준비해서 보여주면 다저스도 김혜성을 무조건 인정하는 날이 올 것이다. 김혜성에게 지금은 인내의 시간이다. 그리고 미래를 도모할 시간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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