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많은 관중에서 던진 게 처음이니까, 그래도 자기 공을 던지고 있더라고요."
올 시즌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투수 김건우. 동산중-제물포고 출신인 그는 2021 KBO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간 보여준 성적은 아쉬웠다. 올 시즌 전까지 1군 통산 성적은 8경기(14이닝) 1패 평균자책 5.79가 전부였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도 팔꿈치 수술 여파로 한 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 7월 전역했지만 후반기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비시즌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린 김건우는 시범경기에서 왜 자신이 1차지명으로 뽑혔는지를 보여줬다. 데뷔 후 처음으로 시범경기에 등판한 김건우는 3월 10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 3이닝을 소화하면서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또한 3월 14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4이닝 2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했다. 2경기(7이닝) 1홀드 평균자책 1.29.
그래서 이숭용 감독도 시범경기 기간에 "건우가 빠르게 올라온다. 경기 때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팀에서 원하는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건우 역시 "최대한 주눅 들지 않고 피칭하려고 노력했다. 마운드에서 상대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려고 더 과감하게 공을 던졌다"라며 "공이 빨라지다 보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 앞으로 변화구를 더 다듬고 결정구를 확실히 장착한다면,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가졌다.
시범경기 기간에 "1차 목표는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무조건 이루고 싶다"라고 다짐했던 김건우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건우는 22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 4-4로 팽팽하던 6회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 이로운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김건우가 정규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른 건 2022년 7월 6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만원 관중 앞에서 긴장한 탓일까. 연속 볼 2개를 던졌다. 이후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2B-1S를 만들었으나 다시 볼 2개를 연이어 던져 정수빈에게 볼넷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김민석과 승부에서도 1, 2구 모두 볼을 던졌다. 그러자 제물포고 대선배 이지영이 마운드로 올라가 흐름을 한 번 끊었다. 김건우는 3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안정을 찾는듯했으나 결국 다시 볼 2개를 연이어 던지며 또 한 번의 볼넷을 내줬다. 결국 SSG 벤치는 김건우를 내리고 김민을 올렸다. 김민이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김건우의 실점은 올라갔고, 990일 만의 1군 복귀전 성적은 0이닝 2사사구 1실점이었다.
그러나 이숭용 감독은 김건우를 감쌌다. 이숭용 감독은 "내려오고 나서 물어봤다. 당연히 긴장을 한 것 같더라.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봤을 때는 공이 나쁘고, 소위 '쫄아서' 못 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자기 공을 던지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업'이 많이 된 것 같다. 건우뿐만 아니라 (정)준재, (박)지환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라며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그게 익숙해지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주눅 들지 않고, 조금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이제 시즌 시작이다. 미치 화이트가 부상인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필요한 상황. 990일 만에 1군 등판에서 쓴맛을 본 김건우의 다음 등판을 기대해 보자.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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