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 선배가 프로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니까…”
키움 히어로즈는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신인이 2명이나 들어와 있다. 한 명은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입성한 좌완 정현우다. 반면 또 다른 신인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조용히 선발진에 들어왔다.
주인공은 우완 윤현(19)이다. 윤현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2025년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했다. 알고 보면 대만 가오슝 1군 스프링캠프에 가세해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등판 기회를 얻어왔다. 정현우처럼 순번에 맞춰 선발로만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시범경기 2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6탈삼진 4볼넷 무실점했다.
그런 윤현은 데뷔전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2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5이닝 3피안타 2탈삼진 6사사구 1실점했다. 리그 최강 KIA 타선을 상대로 6개의 사사구를 기록하긴 했지만, 1점으로 막아낸 건 대단한 선전이었다.
타선이 늦게 터지면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을 뿐, 하루 먼저 치른 데뷔전서 5이닝 8피안타 4탈삼진 7볼넷 6실점(4자책)한 정현우보다 내용은 훨씬 좋았다. 정현우는 타자들에게 무려 11점을 지원을 받으며 승리투수가 됐지만, 정작 윤현은 노 디시전이었을 뿐이다.
그날 윤현은 포심 최고 147km, 평균 143km를 뿌렸다.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도 구사했다. 슬라이더는 3개였고, 사실상 포심과 커브 위주의 투구였다. 구위가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고, 제구와 커맨드가 좋았던 것도 아니다. 대신 수비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도망가는 승부가 없었다. 홍원기 감독은 합격점을 내렸다. 올해 키움 선발진의 비밀병기다.
28일 고척 SSG랜더스전을 앞두고 만난 윤현은 “생각보다 긴장되지 않고 재밌었다. 볼넷보다 안타를 많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님들이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다. 감사하다. 직구의 힘이 좋다고 생각해서 자신 있게 들어갔다”라고 했다.
스플리터를 던지지만 일단 봉인했다. 윤현은 “변화구는 커브 외에도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있는데, 지금 직구와 커브만 써도 괜찮을 것 같다. KIA 타선이 거를 선수가 없긴 했지만, 똑 같은 타자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졌다”라고 했다.
정현우의 고전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윤현은 “내 공만 던지자는 생각이었다. 신인이다 보니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공격적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첫 시즌부터 선발투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범경기 성적이 괜찮아서 기회를 받은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선배들도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해서 더 자신 있게 던졌다”라고 했다.
데뷔전 승리가 무산됐지만 아쉽지 않다. 윤현은 “혼을 갈아 넣었다. 그냥 ‘뒤집혔구나’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내용이 좋은 게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일단 50이닝 이상 던져보고 싶다”라고 했다.
햄스트링 부상 중인 김도영(22, KIA 타이거즈)과 맞붙지 못해 아쉬웠다고. 윤현은 “김도영 선배가 프로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니까 한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못해봐서 좀 아쉽다. 강백호(KT 위즈) 선배도 한번 붙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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