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찬승이는 권혁하고 달라.”
삼성 라이온즈의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 ‘불펜 왕국’에 좌완 권혁이 있었다. 2002년에 데뷔, 2020시즌까지 삼성,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에서 뛴 권혁은 좌완 파이어볼러 불펜이었다. 제구가 정교하지 않았지만, 빠른 공을 보는 맛이 쏠쏠했다.
192cm의 큰 키가 또 다른 무기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맛이 있었다. 안 그래도 공이 빠른데 2층에서 1층으로 던지는 듯한 궤적은 당시 KBO리그 타자들에겐 신세계였다. 실제 권혁은 타점과 빠른 볼로 전성기를 보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삼성에 또 한번 파이어볼러 불펜이 나왔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입단한 배찬승(19)이다. 배찬승은 작년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기량이 급성장해 3순위까지 올라왔다. 이미 포심 152km 정도 구사하고, 155km 돌파도 가능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정면승부를 즐기고, 커맨드가 정교하지 않아도 나쁜 편도 아니다. 구종은 단순하지만, 빠른 공 하나로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공략하고, 유인구로도 쓸 수 있다. 장차 마무리를 맡아도 되고, 에이스로 성장시켜도 된다. 삼성 사람들은 배찬승만 보면 흐믓하다.
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박진만 감독에게 권혁 얘기를 꺼냈다. 사실 엄밀히 같은 느낌은 아니다. 배찬승은 신장이 180cm라서 위에서 아래로 꽂는 투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박진만 감독도 “찬승이는 권혁하고는 다르다”라고 했다. 신장을 떠나 팔 높이 자체가 완전히 내리꽂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박진만 감독이 떠올린 투수는 KIA에서 4년차를 맞이한 좌완 파이어볼러 최지민이다. 박진만 감독은 “처음에 들어왔을 땐 최지민이랑 느낌이 비슷했다. 찬승이는 체격이 (권혁처럼)크지는 않거든요”라고 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권혁 이후로 가장 좋은 왼손 구위형 투수가 입단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는 “우리팀 내부적으로 볼 때 권혁 이후 구위로 볼 때 왼손 좌투수가 진짜 없었다. 권혁 이후로 찬승이가 들어온거죠”라고 했다.
배찬승은 시범경기 2경기서 평균자책점 16.20으로 널을 뛰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개막하자마자 4경기서 2홀드 평균자책점 2.70이다. 프로 첫 시즌인데 필승계투조에서 이미 몇 년 뛴 투수처럼 안정적이다. 3월23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이어 3월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도 홀드를 올렸다. 3⅓이닝 동안 1점만 내줬다.
권혁은 삼성 왕조 불펜에서 한 획을 그은 투수였다. 삼성 사람들은 배찬승에게도 그런 향기를 느낀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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