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생각하고, 원했던 그림"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은 정철원은 1군의 부름을 받기도 전에 현역으로 군 복무를 이행, 2022년 처음 콜업됐다. 그리고 58경기에 등판해 무려 72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기며,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좋은 활약은 2년차로도 이어졌다. 평균자책점이 크게 치솟았지만,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총 67경기(72⅔이닝)에서 7승 6패 11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악몽 그 자체였다.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더니, 마무리는 물론 셋업맨의 자리도 지켜내지 못하는 등 36경기에서 2승 1패 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6.4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철원이 1군보다는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이, 두산은 최지강-이병헌-김택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필승조를 구축했고, 결국 입지가 좁아진 정철원은 지난해 11월 3대2 트레이드의 대상이 돼 롯데로 이적하게 됐다. 정철원이 신인왕 시절의 폼을 되찾는다면 불펜 운용에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두산은 김민석과 추재현 등 외야 보강을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시즌이 시작된 지 10경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 트레이드를 통해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롯데다. 정철원의 반대급부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김민석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두산의 '리드오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KT 위즈전을 끝으로 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지난 3일 1군에서 말소됐다.
반면 정철원은 신인왕 시절 '스승'이었던 김태형 감독과 재회한 뒤 지금까지는 매우 좋은 흐름을 보여주는 중이다.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이적 첫 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홀드를 손에 넣은 정철원은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맞대결에서도 탄탄한 투구를 선보이며 3경기 연속 홀드를 수확하는 등 6경기에서 4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신인왕' 시절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다만 6일 '친정'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받지 못하는 등 1이닝 3실점(3자책)으로 아쉬운 결과를 남겼으나, 벌써 8경기에서 5홀드를 기록,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구승민, 최준용 등 핵심 자원이 이탈한 공백을 제대로 메워주는 중이다.
정철원의 합류는 야구 외적으로 팀 분위기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소 정철원은 매우 외향적인 스타일, 이에 김진욱은 "(정)철원이 형 같은 텐션은 우리 팀에서 거의 처음 봤다. 텐션을 늘 유지하는 형이 재밌다. 난 철원이 형처럼 안 되더라"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정철원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철원은 롯데로 이적한 뒤 시범경기 때부터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마다 주먹을 힘껏 쥐고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중. 이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것에 대한 기쁨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철원은 지난 26일 인천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내 액션이 더 커지진 않겠지만,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하는 것과 짧은 수비로 공격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철원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형 감독도 '애제자' 정철원의 계속된 호투에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사령탑은 지난 4일 사직 두산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정철원은 신인왕 시절만큼 돌아왔다고 봐도 되나?'라는 물음에 "내가 생각하고, 원했던 그림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언제까지 이 좋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하지만 지금의 폼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김상수가 지난해 좋았을 때의 폼을 되찾고, 구승민과 최준용 등 핵심 불펜 요원들이 1군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시간은 벌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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