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 같은 늙은이는 (4번타자에서) 물러날 필요가 있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가 1월 말 어바인 스프링캠프로 떠나면서 남긴 명언(?)이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얘기해왔다. KIA의 미래를 위해 후배들이 타선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자신은 뒷받침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했다. 6번타순을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최형우가 너무 잘해서, 김도영과 나성범 등 후배 간판들의 부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이 주목됐다. 전형적인 4번타자 스타일의 패트릭 위즈덤이 입단했고, 나성범이 지난 2년간의 부상 악몽을 딛고 ‘맹활약 모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형우는 김도영~나성범~위즈덤 뒤에 배치되면서, 시범경기 기간에 5~6번 타순을 맡았다. 김도영이 2번을 치면 5번, 김도영이 3번을 치면 6번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2연전서 5번타자를 맡았다.
실제 개막전 결승타 직후 자신이 원하는 6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했다. 김도영, 나성범, 위즈덤을 뒤에서 받치는 롤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형우의 꿈은 정확히 개막 2연전 이후 이뤄지지 못했다.
김도영에 이어 박찬호마저 부상하면서 3월25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또 4번타자로 꾸준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형우가 4번으로 돌아왔는지 유심히 지켜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이긴 하다. 6번이든 5번이든 4번이든 최형우 특유의 명품 타격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형우는 10경기서 38타수 12안타 타율 0.316 2홈런 7타점 6득점 OPS 0.986.
그러나 바꿔 얘기하면 최형우가 4번을 다시 치는 건, 그만큼 팀 타선의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박찬호가 5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복귀했지만, 김도영과 김선빈이 없다. 김도영이 빠르면 13일 광주 SSG 랜더스전 혹은 15일 광주 KT 위즈전서 복귀가 예상되지만, 김선빈의 복귀시점은 전혀 점치기 어렵다.
박찬호가 돌아왔지만, 상위타선은 당분간 계속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KBO리그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위즈덤만 해도 2번과 5번을 오간다. 2번 적임자는 김도영이 돌아와도 계속 실전을 치르면서 찾아야 한다.
최원준이 테이블세터에 확실히 자리를 못 잡는다면 최형우가 3~5번 클린업트리오에서 빠져나갈 확률은 떨어진다. 결국 위즈덤과 김도영 중 한 명이 2번을 맡아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최형우가 4번은 아니더라도 5번을 꾸준히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래저래 최형우의 풀타임 6번타자 꿈은 올해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일수록 KIA는 최형우의 방망이를 쳐다본다. 늘 그렇듯 최형우는 타격장인다운 모습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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