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는 좋다고 생각했고, 올러는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KIA 타이거즈전. LG의 새로운 에이스 요니 치리노스와 KIA의 1선발 같은 3선발 아담 올러의 맞대결이었다. 경기결과를 떠나, 흥미로운 모습이 있었다. 올러가 4회말이 개시되기 전 심판진에 마운드 정비를 요청했다.
올러의 디딤발인 왼발이 닿는 부분이 계속 파여서, 투구를 원하는대로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 중계방송사 MBC는 올러의 투구시 디딤발인 왼쪽 발목이 살짝 꺾이는 듯한 모습을 디테일하게 조명하기도 했다.
올러는 4회말 투구를 시작했으나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우중간안타를 맞고 다시 한번 심판진을 불렀다. 이후 경기가 꽤 지연됐다. 마운드는 정비됐지만, 이후 올러는 흔들렸다. 박동원과 박해민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주고 1사 만루 위기서 홍창기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홍창기에게도 볼카운트 3B1S로 몰리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올러는 이날 6이닝 4피안타 4탈삼진 4사사구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포심, 슬러브, 체인지업, 커브를 고루 구사했다. 평소보다 슬러브를 적게 던지긴 했고, 포심은 최고 154km까지 나왔다. 투구내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만약 올러가 김현수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 정비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투수가 갑자기 공을 던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면 어깨가 식고 투구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올러는 마운드가 정비되는 동안 마운드 근처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4회 연속 볼넷은 그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
투수 출신 MBC스포츠플러스 정민철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을 통해 올러가 그것을 감수하고 마운드 정비를 바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로 투수는 예민한 존재다. 자신이 발을 내딛는 위치의 흙이 계속 파여서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부상의 위험이 생기고 투구내용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3루 쪽 끝 부분의 투구판을 밟고 던지는 올러가, 갑자기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바꾸면 어떨까.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디딤발의 위치도 바뀐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올러의 경우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으로 투구의 각을 더 잘 만들기 위해 3루쪽 끝을 밟고 던진다고 봐야 한다. 올러가 주무기 슬러브 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을 통해 “(투구판 밟는 위치를)바꾸는 건 어렵다. 올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비를 원하는 것 같다. 투수는 모든 연결동작이 예민하다. 지면의 힘을 받아야 하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구에 큰 영향이 있다. 평평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과거에 비해 마운드의 흙이 딱딱해졌다. 과거엔 마운드 흙이 물러서 스파이크로 어느 정도 정리하기도 했다고. 정민철 해설위원도 1990년대에는 넘어지는 투수까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올러와 맞대결한 치리노스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러와 투구판을 밟는 위치가 다르면 디딤발의 위치도 다르고, 그가 디딤발을 밟는 위치는 흙이(치리노스가 느끼기에) 괜찮았을 수도 있다.
치리노스는 “올러와 나는 다른 유형이다. 올러는 계속 디딤발을 딛는 지점이, 같은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에 파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잠실 마운드는 좋다고 생각하고, 올러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난 잠실 마운드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LG, 두산 베어스 소속이 아닌 팀들도 잠실에서 1년에 최소 15경기 정도 치른다. 선발투수의 경우 다른 원정보다 마운드에 자주 오를 기회가 생긴다. 올러가 다음 등판에도 똑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KIA로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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