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LG전자 1분기 '선방'…트럼프 관세폭탄 영향은 2분기부터
韓 산업계 '퍼펙트 스톰' 직면…실적 방어 방안 '골몰'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5년 1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양사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며 선전했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 정책이 직접적 영향을 미칠 2분기 실적이 중요해진 만큼 양사는 미국 수출 전략 전면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을 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4조9431억원을 33.5% 상회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1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갤럭시 S25 모델의 판매 호조와 D램 출하량 선방 등으로 시장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79조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9.84% 늘었다. 분기 기준 최대인 작년 3분기(79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4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에서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규모가 2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메모리 관련 전방산업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한 덕분에 메모리 재고는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LG전자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2조7447억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특히 매출이 2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이번 호실적 배경으로 기업간거래(B2B), 가전 구독, 웹(web) OS, 소비자직접거래(D2C) 등 질적 성장 중인 영역에서 성과를 내며 전사 최대 매출액 달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생활가전 사업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주력 제품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B2B 영역에 해당하는 빌트인 가전 사업이나 모터, 컴프레서 등 부품의 외판 사업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LG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구독 적합형 라인업을 보강해 구독 사업의 해외 진입 또한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전장(VS)사업에서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 또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 신사업 모델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양사의 실적 본게임은 2분기부터 시작이다. 2분기부터는 미국향 제품의 관세 영향권 강도에 따라 변동성을 달리할 것으로 보여지면서 양사의 관세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고율 관세와 한국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베트남 등 주요 생산기지 수출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커지면서 생산기지 이전,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기업 차원의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긴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제품과 TV 제품 상당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데 미국·멕시코 ·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가 면제된 점이다.
삼성전자는 상호관세가 실제 부과될 것을 대비해 전 세계에 분포된 약 10개의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7일 인공지능(AI) TV 'Unbox & Discover 2025'에서 "현재 대부분 TV는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어 경쟁사 대비 관세 영향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얼로케이션(생산량 할당)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전세계 8개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베트남에 46%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브라질 공장으로 생산지를 이전해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지난해 말부터 전사 차원의 플레이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관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역시 주요 생산기지인 한국(25%)과 태국(36%) 베트남(46%) 등이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분류돼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상태다. LG전자는 고관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스윙 생산(생산 거점 조정) 방식의 대응을 예고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달 25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테네시 공장에 가건물을 올리고 있다"면서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냉장고와 오븐 등을 미국 내로 옮길 것임을 시사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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