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악바리 보여드리겠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17일 "투수 고효준과 총액 1억원(연봉 8000만원, 인센티브 2000만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현재 불펜 뎁스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최지강-이병헌-김택연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구축한 까닭에 '신인왕' 출신의 정철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으나, 올 시즌에 앞서 수많은 악재들과 맞닥뜨렸다. 불펜의 '핵심' 자원인 홍건희를 비롯해 최지강, 이병헌을 비롯해 선발진에서는 곽빈이 줄부상을 당한 까닭이다.
두산은 먼저 선발 곽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초 불펜 투수로 기용할 예정이었던 최원준의 보직을 선발로 전환시켰는데, 이로 인해 불펜의 뎁스는 헐거워졌다. 그나마 최지강은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을 통해 1군 마운드로 복귀했지만, 홍건희의 복귀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 이병헌도 최지강과 비슷한 시점에 1군으로 돌아왔으나, 복귀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은 몇몇 선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 최근에는 '4연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두산은 불펜 뎁스를 강화하기 위해 고효준을 품에 안았다. 두산 관계자는 "고효준은 23년간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불펜 뎁스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혼자 몸을 만들었음에도 140km대 중반의 구속을 꾸준히 유지했다. 변화구 제구 및 트래킹 데이터도 준수했다. 불펜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지난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고효준은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롯데, LG 트윈스 SSG 랜더스에서 통산 20시즌 동안 601경기에 등판해 47승 54패 5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자칫 커리어가 끊길 뻔했다. 2022-2023년 눈부신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해에는 26경기에서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8.18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게 됐고, 급기야 시즌이 끝난 뒤 SS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효준은 야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무적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고효준은 홀로 태국으로 떠나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드는 등 어떻게든 현역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애썼고, 불펜진이 붕괴된 두산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42세임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기간 중 최고 147km를 마크하는 등 경쟁력을 선보인 끝에 17일 총액 1억원의 계약을 통해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SSG와 작별한 뒤 어떻게 시즌을 준비했을까. 17일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고효준은 "계속해서 훈련은 하고 있었다. 비시즌에는 태국도 다녀왔다. 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따뜻한 곳에서 공도 던지고, 웨이트, 러닝도 하면서 준비를 했다. 그리고 피칭도 하면서 쉴 때는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하면서 지냈다"고 근황을 전했다.
오프시즌 팀을 구하지 못했지만, 고효준은 이 순간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5월까지도 연락이 안 온다면 '내가 야구에서 손을 놓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두산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연락이 왔을 때 느낌이 왔다. 하지만 작년까지 워낙 불펜이 좋았던 팀이기 때문에 연락이 왔을 때 의아하긴 했는데, 또 이렇게 기회를 주셨고, 불펜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몸 상태나 구속, 구위는 어떨까. 고효준은 "테스트를 진행할 때 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147km까지 나왔다. 그리고 슬라이더 또한 130km 후반을 찍었다.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모두 좋기 때문에 전력분석팀과 코칭스태프에서도 만족을 하더라"며 "다만 지금 100%의 컨디션은 아니다. 7~80%인데, 운동을 더 하고 경기 감각만 되찾는다면, 1군에 합류했을 때에는 스피드도 더 나올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언제 야구를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 만큼 고효준은 두산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단 입장이다. 베테랑은 "고효준에게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그 부분을 보여드릴 것이다. 나머지는 크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결과로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며 "악바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제는 악에 받쳐서 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고효준은 "현역 연장의 기회를 주신 두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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