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4월 무역적자 1억 달러…'트럼프 관세' 여파 대미 수출 14.3% ↓
철강업계 1분기도 수익성 악화 '고전'…2분기도 '흐림' 전망
한미 '재무+통상' 관세 협상…트럼프 직접 나설까
'알래스카 LNG' 강조하는 트럼프…관세협상 '핵심의제' 관심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조치로 전방위적 대미 수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관세청은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줄어든 338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수입은 3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8% 감소했다. 수출액이 수입액을 밑돌면서 이 기간 무역 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10개 수출품 중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품목에서 수출이 모두 줄었고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14% 넘게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10.7%)를 제외한 주요 품목들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가전제품(-29.9%), 컴퓨터주변기기(-23.3%), 석유제품(-22%), 선박(-9.1%), 철강제품(-8.7%), 승용차(-6.5%) 등에서 수출이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25% 부과하고 있다. 이달 3일부터는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현재 일부 품목에 기본 관세 10%만 적용된 상태다. 상호관세 유예에도 10% 보편관세와 철강·자동차 등에 대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력이 본격화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 업계가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조치까지 겹치면서 1분기에도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연합인포맥스가 증권사들의 최근 1개월간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종합한 결과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52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5.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 등 철강 사업 부문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은 작년 1분기(14조462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14조3000억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관세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7개월간의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판매량이 감소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작년 1분기 영업이익 55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는 300억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7∼8% 축소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철강 업계는 2018년부터 적용받던 연간 263만t 규모의 대미 수출 무관세 쿼터가 폐지되고 경쟁국들과 같이 25%의 관세 조건에서 경쟁하는 중이다. 특히 철강업계는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후 본격화된 글로벌 통상전쟁 외에도 수년간 중국 등 해외 저가 철강제품의 수입 증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환경 규제 강화,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려왔다.
철강업계는 트럼프발 철강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올해 2분기에는 국내 철강회사들의 대미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최선의 대응책으로 대안을 모색 중이다.
포스코는 미국 내 제철소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대제철은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연산 270만t 규모 전기로를 미국에 짓는다. 투자 규모는 58억달러(약 8조2000억원)에 달한다.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회사이자 단조회사인 현대IFC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고정비 절감을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한편 임원 급여 삭감 등 비상경영을 진행 중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가 영향이 더 큰 만큼 시선은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에 쏠리고 있다. 우리측에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무역정책 책임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여할 예정이다.
고강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오는 24일 발표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마이너스(-)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에 적용되는 세율 최소화를 목표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회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설지, 방위비 분담금 의제가 오를지 등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등판 여부에 따라 한국 측에 내밀 '청구서'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무역 균형 추구와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 등을 함께 담은 범정부 '패키지'를 제안해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부담 최소화를 끌어내 보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챙기는 한미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문제도 통상 이슈로 거론될지 주목받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20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 미국이 한국 참여를 요구해 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관세보다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미국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현지 실사 등을 거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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