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부모님과 약속했다.”
KIA 타이거즈 멀티 백업요원 오선우(29)는 한국나이로 서른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배명고와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입단한 뒤 별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1군 통산 140경기서 타율 0.200 8홈런 27타점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2군 총괄코치 시절부터 오선우를 눈 여겨봤다. 2군에서도 통산 타율 0.286에 42홈런 208타점이면 그렇게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범호 감독은 오선우가 타격 자질이 있는 선수라고 감쌌다. 작년에는 이우성, 변우혁과 함께 주전 1루수 경쟁도 펼쳤다.
오선우는 올해 1군에서 제대로 뛸 기회를 잡았다.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 등이 줄부상하면서 1군에 대체자들이 필요했고, 팀 타선이 워낙 침체돼 2군에서 잘 맞던 오선우가 올라오게 됐다. 올해 2군에서 19경기서 타율 0.338 4홈런 19타점으로 괜찮았다.
1군에 올라와 이우성 대신 좌익수로도 나갔고, 패트릭 위즈덤이 지명타자로 나가거나 쉴 땐 1루수도 봤다. 본래 포지션은 1루지만 외야로 영역을 넓혔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멀티포지션이 필수다. 현재 기존 부상자 대부분 돌아왔다. 단, 위드덤이 몸살로 26일 광주 LG전서 결장했고, 나성범도 종아리 이슈가 발생했다. 오선우가 1군에서 좀 더 생존할 분위기다.
오선우는 26일 광주 LG 트윈스전서 3안타 4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회 2사 1,3루서 LG 우완 이지강의 146km 포심이 몸쪽에 약간 높게 들어오자 우중월 스리런포로 연결했다. 좌타자 오선우에게 절대 쉬운 코스가 아니었다. 간결하게 방망이를 내밀어 최상의 결과를 냈다.
오선우는 “짧게 잡고 강하게 치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캠프 때 참 힘들었다. 훈련량도 많았고 나이도 한살 한살 먹는데 잘 버티자고 생각만 했다. 계속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하고 하고 준비만 했다”라고 했다.
평범한 2군 선수였던 그가 부모님에게 했던 얘기가 있다. 오선우는 “1~2년차에 기회가 왔는데 못 잡았다. 이후 기회가 없어서 2군 생활을 오래 했다. 다시 (1군에서)기회가 오면 그때는 놓치지 않고 꼭 잡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오선우가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오래 유지해 1군에서 버티면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그는 “간절하게, 오늘 하루만 보고 야구한다. 내일은 없다. 운 좋게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KIA는 올 시즌 예상 밖으로 저조하다. 26일 경기서 오선우의 맹활약으로 3연패를 끊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오선우 같은 신선한 선수들이 바람을 일으켜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날 경기는 의미 있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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