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8-0으로 이겨도 상대가 지긋지긋하다고 할 정도로 달라붙어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잘 나간다. 13~15일 광주 KIA 타이거즈 3연전서 1승2패로 루징시리즈를 기록,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래도 25승17패2무로 3위다. 기대이상의 행보다. 마운드에 불안한 대목이 있지만, 타선의 짜임새가 예상 외로 좋다.
더구나 시즌 초반 펄펄 날던 이적생 전민재와 우완 불펜 최준용이 16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1군에 합류한다. 어떻게든 이기는 야구를 하는데 능한 김태형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것도 확실한 강점이다. 이 팀의 최대강점은 사령탑이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은 14일 광주 KIA전서 4-0 승리를 이끌고도 돌연 선수단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 중계방송사 SPOTV가 가장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히어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지연됐다. 취재진 역시 히어로 인터뷰가 예정된 손호영을 갑자기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까지 라커로 들어가면서 덕아웃이 순간적으로 싸늘해졌다.
미팅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임팩트 있는 몇 마디를 날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 관계자는 이겼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김태형 감독이 짚고 넘어갔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잘 하고 있는데”라고 했다. 일단 선수들을 질타한 자리는 절대 아니었다. 분명 지금 롯데는 객관적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단, 김태형 감독은 좀 더 응집력을 발휘해주고, 디테일에 강한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3-0, 4-0으로 이기고 있어도 더 달라붙어서 (타자들이 타석에서 누상에)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자기 욕심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기를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물론 “우리 팀만 아니라 사실 다 그렇다. 5~6점차로 앞서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우린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승패를 떠나 묘하게 선수들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보였다고 느꼈고, 이날 승리하면서 미팅을 소집했다. 그는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8-0으로 이겨도 상대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달라붙어야 한다. 잘 하고 있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롯데가 좀 더 끈적끈적한 팀이 돼야 한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과거 SK 와이번스 왕조, 두산 베어스 왕조가 대표적으로 그런 팀이었다. 승패를 떠나 경기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느낌이 강했다. 현재 롯데는 그럴 만한 구성인 건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스탯, 데이터로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또 하나. 숨은 1인치가 있다. 그렇다면 왜 김태형 감독은 이겼을 때 미팅을 소집했을까. 선수들에 대한 배려다. “이걸 지고 하면 타이밍이 참…뭔가 어수선해지더라”고 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감독이 경기서 지고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지면 선수들도 속상한데 잔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경우 감독이 시즌 중 미팅을 소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팅은 주장, 각 파트별 코치가 활발하게 하고, 정 안 되면 수석코치가 나서도 무방하다. 감독의 메시지는 어차피 수석코치와 각 파트별 코치들을 통해 늘 전달되는데 직접 선수들에게 얘기하는 건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감독의 미팅 소집은 그 자체로 파급력이 있다. 김태형 감독의 이번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국 성적이 말할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에도 이기고 미팅을 소집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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