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한국기자 중 첫 방문...마야와 줄리엣은 팀 합류 확인
[마이데일리 =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 현지시간 지난 22일 찾은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여자배구단 홈구장. 비시즌인만큼 구장 외관을 따라 동그랗게 배치된 출입문들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PAOK와 계약한 이다영-재영 자매가 뛰게 될 구장이다. 테살로니키 시내에선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앞, 운전수 한 명만 뜨겁게 달아오른 버스에 연신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날 테살로니키의 한낮 체감온도는 30도에 육박했다.
구장 벽엔 팬들이 남겨놓은 낙서와 그래피티가 가득했다.
구장과 붙어 있는 호텔 로비엔 카페가 있었지만 역시 다른 손님은 없었다. 직원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커피 머신에서 나오는 따뜻한 커피밖에 없다”고 했다.
▲쌍둥이 자매 머물 동네, ‘사막’ 같았다
테살로니키는 한때는 고대 마케도니아의 수도로 찬란한 문화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유럽에서 ‘거의 죽은 도시’ 취급을 받고 있다.
주민 상당수가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가는 데다 각종 소상공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여름 한 철 관광지 장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구장 인근 민박집 직원에게 “근처에 식당이나 쉴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묻자 “여긴 아무것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보시다시피 다 공사판”이라며 “‘어려움(difficulties)’이 많은 동네”라고 했다.
주변엔 실제로 버려진 건물터가 널려 있었다. 국도 양쪽으로 이어지는 상점들은 열 곳 중 아홉 곳꼴로 비었다. 그리스의 오랜 경기 침체를 방증하는 풍경이었다.
그리스 스포츠 전문 매체 포손스포츠는 자매가 각각 PAOK와 1년 계약을 맺었다고 썼다.
조지 포가치오티스 PAOK 단장에게 직접 전화로 물었다. “쌍둥이 자매가 팀에 합류했다는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고 답했다.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영입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95년 역사’…여자배구팀은 지난 시즌 첫 우승
PAOK의 역사는 거의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PAOK는 1926년에 세워진 종합 스포츠 클럽이다. 배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등 구기 종목부터 유도와 수영, 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자배구팀도 같은해 클럽 출범과 함께 설립됐다.
이중 남자배구팀이 그리스 1부리그 팀들의 대회인 그리스 챔피언십(Greek Championship)에서 2015년 이래 우승컵을 세 번 들어 올리는 동안 여자배구팀은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여자배구팀은 지난 2020-21 시즌 처음으로 그리스컵(Greek Women’s Volleyball Cup) 결승에 진출해 우승했다. 이제 막 날개를 달고 본격적으로 날갯짓을 펼치려는 시점에 쌍둥이 자매가 합류하는 셈이다.
실제로 PAOK는 최근 부쩍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2018~2020년 현대건설에서 이다영과 함께 뛰었던 스페인 출신의 ‘마야’ 밀라그로스 콜라도 그 중 하나다. 마야는 지난 16일 테살로니키에 도착했다. 프랑스 출신 공격수 줄리엣 피동도 최근 팀에 합류했다.
마야와 줄리엣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테살로니키의 한 술집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찍은 셀카를 나란히 올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두 선수가 테살로니키에 내려 마주할 풍경이 마냥 화려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이 텅 빈 도시에서 앞으로 1년. 한때 ’합쳐서 연봉 10억’ '셀럽' 수식어를 달고 살던 쌍둥이 자매에겐 조금 지루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르겠다.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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