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한국 그립지만 다영에게 너무 가혹해"
[마이데일리 = 그리스 유주 정 통신원] 지난 24일(현지시간 23일 밤) 그리스 테살로니키 PAOK 여자배구장. 저녁 연습을 마친 선수들이 큼지막한 크로스백을 매고 하나 둘 씩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중엔 한국에서 '마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밀라그로스 콜라도 섞여 있었다. 2018년 11월부터 1년간 이다영과 현대건설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마야의 소셜미디어 곳곳엔 이다영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경기장부터 고깃집까지, 두 선수는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자두 한 알을 입에 물고 휘적휘적 걸어 나오는 마야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다영, 그리스서 쉽지 않을 것…돕고 싶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인 마야는 최근 PAOK와 1년 계약을 맺고 그리스로 건너 왔다. 이다영-재영 자매도 PAOK와 각각 연봉 6000만 원에 1년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다영도 PAOK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더라"고 운을 띄우자 곧장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리스에 도착한 직후 이다영을 위해 한국 식당과 한국 상점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자매를 돕고 싶었다"면서 "쌍둥이가 그리스에 오면 '이걸 사려면 여기로 가고, 저걸 사려면 저기로 가면 돼' 같은 식으로 내가 안내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야는 그리스의 훈련 환경에 대해 "한국의 정반대"라며 "자매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에선 공항에 내리자마자 모든 게 준비돼 있었다. 나는 배구 생각만 하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리스에선 선수들이 많은 걸 스스로 해야 한다. 일정 관리의 자유도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야는 "식사도 선수들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며 "개인별 추가 훈련이 많은 한국과 달리 그리스에선 아침과 저녁 두 차례, 각각 두 시간씩 훈련이 진행되고 저녁 훈련이 끝나면 추가 연습은 잘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영과 함께 뛰게 돼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다영이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양쪽 리그를 다 아는 입장에선 이번 이적이 다영에겐 매우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다영,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사람"
이다영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마야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다영에게 연락해 위로를 건넸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다영은 너무 어렸다"면서 "아이들은 다들 못되게(mean) 굴지 않느냐.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마야는 한국팬들에게 "다영이는 그 때의 그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다영은 이제 완전히 ‘새 사람’이 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영이가 받고 있는 벌이 조금 가혹한 것 같다"고도 했다.
마야는 이 대목에서 여러 차례 말을 멈추며 조심스레 단어를 골랐다.
▲"신혼여행지 한국으로 결정"
마야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쏟아냈다. "국적을 바꿔서라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가장 그리운 음식으로는 맵게 볶은 진미채를 꼽았다. 그는 "김치는 어떻게든 만들어 먹겠는데 진미채는 대체 뭘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야는 "다시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뛰는 게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팬들은 '또 다른 선수들' 같았다"며 "한국팬들의 열정과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마야는 남자친구와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신혼여행지는 한국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먹던 식당, 부산 바다, 내가 살던 집… 그리운 곳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PAOK 훈련장에서 인터뷰 중인 마야. 현대건설 시절 마야와 이다영. 사진 = 마이데일리DB]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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