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챙기고 선발 아끼고…두산, 모든 실리 챙겼다 [MD포인트]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가 '5강 경쟁자' 키움 히어로즈를 제압했다.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였다.

두산은 26일 잠실 키움전에 앞서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했다.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과 골극 제거 수술을 받으러 미국으로 떠난데 이어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아리엘 미란다의 시즌 아웃을 당한 것.

두산은 시즌 초반 유희관과 이영하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대체 선발 자원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힘겹게 시즌을 끌어왔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켓까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나마 두산이 순위권 경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란다의 공이 컸다. 미란다는 올해 28경기에 등판해 179⅔이닝을 던지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MVP급' 성적을 거뒀다. 지난 24일에는 37년간 변함이 없었던 'KBO리그 전설' 최동원(223개)을 뛰어넘고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을 경신했다.

아울러 시즌 평균자책점(2.33)과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21회)도 리그 전체 1위를 달릴 정도로 미란다는 그동안 팀에 큰 힘이 돼 왔다. 그러나 두산은 미란다와 최원준, 곽빈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선발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미란다가 빠지게 되면서 두산은 '초비상' 사태를 맞았다.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의 상태를 묻자 "왼쪽 어깨 쪽이 좋지 않다. 피로 누적이 있는데, 남은 정규 시즌에는 못 나올 것 같다. 포스트시즌의 출장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갑자기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경기 출장이 힘들다. 상태를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지만, 26일 키움전에서는 챙길 수 있는 모든 '실리'를 손에 넣었다. 두산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16차전 홈 최종전에서 7-2로 승리했다. 두산은 68승 8무 64패로 4위 자리를 수성했다.

이날 경기의 성과는 단순한 승리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발 최원준은 지난 21일 인천 SSG전 이후 4일 휴식만 취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승리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4⅔이닝 동안 투구수 77구만 던지며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투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상황에 따라 시즌 최종전인 오는 30일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란다가 이탈한 두산의 선발진을 감안하면, 최원준이 한차례 더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한 것은 매우 주요했다.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가을 DNA' 때문일까. 두산은 지난 주말 LG와 더블헤더 때부터 최악의 상황에서 연일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날 두산이 챙긴 실리가 추후 경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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