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상실의 집’으로 클레르몽 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관객상 전진규 감독
[마이데일리 = 클레르몽(프랑스) 김윤경 통신원]전진규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상실의 집(The House of Loss)’이 한국과 전 세계 다양한 단편 영화제 및 애니메이션 영화제들을 휩쓸고, 이번엔 단편 영화제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상실의 집’은 한국 전쟁을 겪은 노인들을 요양원에서 군인 신분으로 만난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상실의 집’은 애니메이션 기술들을 탁월하게 활용하며 단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넓힌다. 앞으로의 작업이 벌써 기대되는 전진규 감독을 끌레르몽 페랑에서 만났다.
- 4번째 단편, ‘상실의 집’으로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제에 초대받은 걸로 알고 있다. 직접 관객들을 만난 건 클레르몽 페렁 영화제가 처음인가?
“서울 독립영화제, 서울 인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본 적이 있고, 외국 관객은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서울 인디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코믹 영화들이 관객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관객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예상치 않게 받아서 정말 많이 기뻤다.”
-클레르몽 페렁 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 때 다른 단편들에 비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클레르몽 페렁 영화제에서는 특히 국제 경쟁이 돼서 기뻤다. 언어가 잘 되면 더 깊게 설명할 수 있는데, 그걸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첫 장면에 머리를 미는 장면이 있는데, 외국 관객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꼈을 것.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 ‘상실의 집’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들었다.
“요양원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나도 군인이라서 머리를 강제로 잘렸고, 내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그들도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작품에서도 나오는 얘기지만, 기획 계기가 인상 깊게 봤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말랐지만 크고 거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따님 손이 너무 고왔다. 이미지 자체로도 이야기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미지가 나에게 왜 이렇게 인상 깊은지 계속 질문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제작 중에 어떻게 만들지 알수 없어서 최민식 사진작가의 인물화 모작을 많이 했다.”
- 마지막 엔딩 크레딧 속 한국 전쟁의 초상화 같은 그림들이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 그림들을 처음에 그려 놓고 시작했다. 끝을 정해놓고 그렸다. 내가 느꼈던 그 사람들의 냄새와 사실적으로 경험한 어떤 것이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직접 느낀 경험이었다는 걸 리얼한 그림을 그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가장 단순하게 리얼하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생각해보니, 엔딩크레딧 말고, 영화 속에서는 노인들의 얼굴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사실 처음에 보면 노인들은 처음에 보면 눈도 잘 안 보이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성별도 구별할 수 없기를 바랐다. 개개인별로 다른 캐릭터지만, 내가 개인으로 바라본 게 아니라 묶음으로 하나의 집단으로 봤듯이 그렇게 보이기를 바랐다. 누구 한 명에게 집중한 게 아니라 전쟁이 모두의 기억이고 모두에게 연결된 기억이라 생각한다.”
- 영화 속에서 빠르고 느린 리듬의 활용이 좋았다. 리듬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하는지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타이밍을 다루는 건 중요하다. 타이밍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 상실과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심했던 부분이 있다면? 또한 지난 작품들과 기술적인 차이가 있다면?
“이 사람들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경험자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 머리카락이 밀리는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다른 시간을 산다. 냉전에 대한 기억과 불꽃놀이 장면, 또 할머니와 딸의 만남 등 사실 5개의 단편을 묶은 것이다. 하나를 깊게 파면 팔수록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들고 그게 온당치 않을뿐더러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걸 가장 조심하려고 했고, 그래서 어떻게 구성할지 생각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 ’상실의 집‘ 연출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일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다큐멘터리이다. 내레이션도 처음 써봤다. 이때까지 한 작품들은 우화이자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실제 내용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미지적인 것과 실사적인 것의 장점과 차이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게 해준 작품이다.“
- 현재 계획 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다면?
”현재는 외주 일들을 하고 있다.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질 것이고 그때 가서 만들것 같다. 애니메이션 단편을 만드는 것은 힘들지만, 한국에서 단편 영화가 또 에니메이션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다른 포맷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편이나 장편으로 넘어 간다든지 기존의 내 것은 유지하지만. 다른 변화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한다.“
[전진규 감독. 사진=김윤경 통신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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