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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김연아(20·고려대)의 현지발 새 갈라 프로그램 공개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연아는 오는 2일 열리는 '2010 올댓스케이트 LA'를 위해 지난 7월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렇다면 공연과 친선대사 활동을 위해 LA로 건너간 김연아의 학교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김연아는 국가대표 운동선수인 동시에 학생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고려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입학한 후 네 번째 학기를 맞았다. 지난해 김연아의 F학점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그의 학교 생활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연아와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살펴봤다. 형평성을 위해 일반 학생이 아닌 김연아와 동일하게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학생 중 같은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을 만났다.
김연아는 지난해 프로골퍼 이정민(18·삼화저축은행),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이은별(19·고려대)과 같은 전공선택과목을 수강했다. 김연아와 신입생인 이 두 선수는 학년이 달라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진 않았지만 이모 강사(과목명 : 재즈힙합)로부터 동일한 과목을 수강했다. 세 선수의 수업을 직접 지도했던 이 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와 이정민-이은별의 수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
이 강사는 이정민과 이은별의 성실함을 높게 샀다. 이 강사는 "다양한 선수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각자 종목에 맞는 과제를 내준다. 골프 선수인 이정민에게는 골프 필라테스라는 주제의 과제를 내주는 식이다. 일반 학생들처럼 꼼꼼한 과제는 아니었지만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은별 역시 시합이 닥치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대한 수업과 과제를 이행하려는 의사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시합이 없는 이상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이정민은 "평소 웹서핑 등을 자주 하지 않아 리포트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다. 필라테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과제를 통해 골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정민은 이메일로 과제를 제출하면서 강사에게 "과제를 수행하며 필라테스가 나에게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골프에 필라테스를 접목시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사를 함께 전했다.
이은별은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올림픽 기간과 겹쳐 선수촌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수업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했다. 이어 "리포트는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해 교수님들께 따로 연락을 드려 과제물을 전달받았다. 꼬박꼬박 챙겨서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생전 처음 써본 자기소개서는 대학 입학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됐다. 이은별은 "신입생이다보니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운동하면서 힘들었던 일과 기뻤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된,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운동이 끝나면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12시에 수업이 끝나면 또 다시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특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은별은 "피곤하긴 하지만 나만 운동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운동선수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운동시간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인 김연아의 학교 생활은 이정민-이은별과 달리 다소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김연아는 지난해 이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의 성실성이 문제였다. 이 강사는 "김연아가 제출해야 할 과제는 2개였다. 당시 외국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것을 감안해 훈련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짧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채점해 F학점을 줬다"고 밝혔다.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느낀 아쉬움도 많았다. 이 강사는 "김연아와 김연아 에이전트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업적인 CF 촬영에 쏟을 힘을 조금 덜어 김연아의 학업에 신경써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데 김연아는 수업에 참여하지도, 과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전에 연락을 취하는 등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강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에게서 두 줄 짜리 메일이 왔다. 열심히 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내용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장문에 이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보완해야 할 부분과 자세에 대한 조언, 격려 등 평소 전하고 싶었던 말을 담은 메일이었다. 그런데 그 메일을 받고도 김연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처음 보낸 메일조차 과연 김연아가 보낸 것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만약 에이전트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면 내가 보낸 메일을 보고 답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고 전했다.
"김연아, 차라리 휴학이 낫지 않나?"
고려대학교 이기수 총장은 지난달 6일 '고대정신 전통과 미래'라는 수업에서 "프로선수를 대학의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한지, 운동선수와 학교 홍보의 관계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아무리 유명한 대학이라고 해도 프로가 되고 나면 학교를 쉬거나 그만둔다"는 뜻을 밝혔다.
전지훈련 등으로 인해 한 학기 내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운동선수들의 학교 생활을 바라보는 총장의 입장이었다. 이같은 생각은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체육교육과의 한 교수는 "총장의 발언에 동의한다. 앞으로 지도 교수들의 잣대가 엄격해 질 것이다. 미셸 위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외국에서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학점 관리가 대단히 까다롭다. 학교 수업 때문에 대회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미셸 위는 학업을 위해 LPGA에서 하차하고 복학을 선택했다. 경기 스케줄과 학업을 병행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대학농구 1부 리그에서 활약 했던 최진수는 올초 한국행을 택했다. 이유는 성적 때문이었다. 메릴랜드 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최진수는 한 과목에서 1점 차이로 정규 학점을 채우지 못했고, 결국 다음 학기 경기 출전에서 제외됐다.
이 교수는 이어 "김연아도 이렇게 학교생활을 마치고 졸업장을 얻는다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김연아가 정말 똑똑한 아이라면 장기적으로 한국을 떠나 훈련을 할 경우에는 휴학을 했을 것이다. 활동을 마치고 다시 복학해 학교생활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즘에는 휴학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멀리 봤을 때 그 선택이 김연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이에 대해 "출석은 하지 못했지만 과제는 이행하고 있다. 전지 훈련 중인 운동선수 대부분이 리포트로 대체한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 = 김연아]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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