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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9이닝동안 안타를 한 개도 맞지 않았다. 실점 역시 한 점도 없었으며 볼넷도 한 개 뿐이었다.
1956년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돈 라슨이 월드시리즈에서 퍼펙트를 기록한 이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째 나온 노히트노런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어떨까. 정답은 한 차례있었다. 1996년 한국시리즈 4차전이 그 무대였다. 주인공은 당시 현대 유니폼을 입고있던 넥센 정명원 코치.
▲ 마무리 투수가 역대 PS 첫 노히트노런 작성
할러데이의 경우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기는 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올시즌 성적 21승 10패 평균자책점 2.44에서 보듯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갖췄으며 5월 30일 플로리다전에서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첫 포스트시즌 노히트노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
53경기 8승 5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58. 8승은 구원승이었으며 53경기 중 선발등판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 해 뿐만 아니라 1994시즌 이후 그의 선발 등판은 전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시즌도 아니고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소속팀은 1승 2패로 뒤져 있었으며 선발 포수는 부상으로 빠진 주전 장광호가 아닌 그해 5경기에 대수비, 대주자로만 출장한 신인 김형남이었다. 여기에 상대 선발은 그해 16승 7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던 이대진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작은 '예상대로'였다. 1회 이종범에게 볼넷, 동봉철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1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4번 이호성을 삼진, 5번 박재용을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후부터 '어메이징' 투구가 시작됐다. 정명원은 이후 6회 1사 뒤 이종범에게 볼넷을 준 것을 빼고 나머지 7이닝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소속팀이 8회 4점을 뽑은 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명원은 9회 2아웃에 대타로 들어선 김재덕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두 손을 불끈 쥐으며 환호했다.
1993년 4월 15일 인천 해태전 이후 첫 번째 선발 등판한 그가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정명원은 9이닝동안 29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만을 내줬다. 탈삼진은 9개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81승 투수가 기록했던 월드시리즈 퍼펙트 게임도, 첫 포스트시즌 출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것도 인상깊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첫 노히트노런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모든 예측을 뒤엎는 '반전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정명원 코치(첫 번째 사진), 노히트노런 소식을 크게 실은 1997시즌 현대 팬북.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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