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축구 게임 중에 감독이 돼서 선수들을 기용하고 전술도 직접 짜서 경기를 치르는 게임이 있다. 선수들을 직접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뽑아야 승리하는데 이상하게도 데이터만 가지고 베스트11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이름값이란 걸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호날두나 드로그바 같은 선수들을 후보로 내리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혹시 오늘은 잘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선발로 출전시키지만 돌아오는 건 서포터들의 감독 사퇴 압박 뿐이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세 차례 평가전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성적표다. 하지만 아직까진 조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포어 리베로'라는 포지션을 등장시킨 새 전술에 팬들은 일단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은 축구게임 속 서포터들의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특히 단기 대회서 성적을 내야 하는 국가대표의 경우 오로지 결과만으로 팬들은 판단한다. 지금 같은 호기심과 기대감은 적어도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선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조 감독은 세 차례의 경기서 총 26명의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내보내 '51년만의 아시안컵 탈환' 미션에 도전할 선수들을 찾았다. 이 중 중앙수비와 중앙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많은 선수들이 테스트 받았는데, 공격수는 박주영을 원톱에 박지성과 이청용을 좌우 날개로 배치시키는 전술이 어느 정도 굳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광래호의 세 경기 중 골은 단 2골 뿐이고 그나마 막내 윤빛가람과 오른쪽 윙백 최효진의 골이 전부다.
조감독이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어떤 선수들을 넣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단 한차례도 기회를 못 잡은 선수가 K리그서 맹활약한다는 것과 팬들이 아시안컵에 기대하는 건 오직 우승뿐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조감독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그동안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로 가상 국가대표 베스트11을 뽑기로 한다. 포메이션은 대표팀이 현재 사용하는 3-4-3을 기본으로 했다. 또 가상 국대 베스트11에는 대표팀에 소집은 됐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도 포함됐다.
▲ 공격수: 고창현-김은중-최태욱 (후보 이천수)
김은중(31.제주)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우고 고창현과 최태욱을 양 쪽 날개에 포진시킨다.
김은중은 현재 K리그 1위 제주 돌풍의 일등공신이다. 12득점 8도움으로 공격포인트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은중에게 일부 팬들은 노쇠화를 걱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은중이 드로그바보다 어리고 아넬카와는 동갑이란 사실은 기억하자. 또 판 니스텔로이는 김은중의 나이 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할 뿐 나이는 상관없다. 또 8도움이란 기록도 측면 공격수의 최전방 침투를 지향하는 대표팀 전술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좌우 측면에 고창현(27.울산)과 최태욱(29.서울)이 있다면 저돌적인 돌파를 기대할 수 있다. 고창현은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최태욱은 순간적인 침투로 수비수 1~2명은 쉽게 따돌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우리의 상대팀들이 수비에 치중할 것을 생각한다면 좌우를 흔들어 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에는 이천수(31.오미야)를 올렸다. 이천수는 실력 부족보다는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켜 대표팀에서 외면 받고 있다. 하지만 팬들도 이천수가 K리그와 대표팀에서 보여준 능력을 팬들은 기억한다. 현재 일본에서 뛰며 부활을 꿈꾸는 이천수가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한다면 상대 선수들은 자신의 뒤통수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 미드필더: 현영민-구자철-하대성-최철순 (후보 오범석-김상식-김한윤)
현영민(31.서울)과 최철순(23.전북)을 좌우 윙백에 놓는다. 현영민은 올 시즌 울산에서 서울로 이적한 이후 공격적인 수비 능력을 뽐내고 있다. 2002년 울산 데뷔 후 지금까지 총 235경기를 뛸 만큼 경험면에서도 이영표의 대체자로 손색없다. 최철순은 2006년도에 최강희 전북감독이 데리고 온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침착한 수비 능력에 더해 쉴 새 없이 시도하는 오버래핑은 윙백의 역할을 중시하는 대표팀 전술에 적합하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구자철(21.제주)과 하대성(25.서울)이 제격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 구자철은 감각적인 패싱력과 침착한 경기 조율능력이 돋보인다. 김은중과 함께 제주 공격의 핵심으로 현재 K리그서 10개의 도움으로 도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어 공격적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민하는 조감독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하대성은 아스날의 알렉상드로 송을 닮은 외모에 송 못지 않은 실력도 갖추고 있다. 기성용이 빠진 서울의 중원을 담당하며 올시즌 28경기에 나서 8득점과 3도움을 기록하며 진가를 발휘 중이다. 무엇보다 수비와 공격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가 강점이다.
후보로는 오범석(26.울산)을 윙백 자리에 고려해 볼 수 있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기억하고 고개를 저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가 영리한 윙백이란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의 실수는 어디서도 겪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현재 울산에서 맹활약하는 걸 봤을 때 그가 월드컵 슬럼프 빠진건 아닌 듯 하다.
개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에는 김상식(34.전북)과 김한윤(36.서울)을 추천한다. 이 둘이 중앙에 버티고 있다면 제 아무리 마스체라노라도 쉽게 우리 대표팀을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 게 아쉽지만 반칙과 태클을 절묘하게 오가는 이들의 노련한 수비력은 한국 최고라고 평할 수 있다.
▲ 수비수: 황재원-조병국-김형일 (후보 김진규)
황재원(29.수원)은 유난히 대표팀과 인연이 없다. 대표팀에 차출 돼 경기에만 나서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중 포항에서 수원으로 옮긴 그가 새로운 팀에 적응해 수비라인을 이끌고 있는 점을 봤을 때 리더십은 타고 났다. 김형일(26.포항)은 포항의 새로운 캡틴으로 인정받아 포항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유럽 선수에 뒤지지 않는 체격도 장점이지만 투지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를 무섭게 노려보는 큰 눈이 제일 큰 무기다. 성남을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끈 조병국(29.성남)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3년 한일전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다 경기 막판 자책골을 기록한 뒤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그는 7년이 지난 현재 든든한 중앙수비수로 발전했다. 또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하는 능력은 조광래호의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겨보기 충분하다는 평이다.
후보로는 김진규(25.서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끔 소속팀 서울에서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김진규이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캐논 프리킥'이 있다. 김진규는 지난 9월4일 광주전에서 2007년 서울 이적 후 첫 골이자 서울 팬들과 한국 축구팬들의 염원이던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아시안컵에서 김진규가 프리킥을 찬다면 골이 안되더라도 상대 수비수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력한 슛에 지레 겁부터 먹지 않을까 싶다.
▲ 골키퍼 – 김영광
골키퍼 부문은 정성룡을 대신했을 때 김영광이 돋보인다. 김영광은 남아공 월드컵 이전부터 이운재의 뒤를 이어 대표팀 골문을 지킬 후보로 떠올랐으나 정성룡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어지는 기회가 줄어 들었다. 하지만 정성룡이 경기에서 다소 조용한 골키퍼에 속한다면 김영광은 수비진을 지휘하는 능력이 충분해 앞으로도 정성룡과 골키퍼 부문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광래 감독(맨위)-김은중 최태욱 이천수-현영민 구자철 하대성 최철순-황재원 조병국 김형일(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