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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올해도 가수가 연기자로 나서는 일명 ‘투잡 연예인’이 대세였다. 특히 아이돌 멤버에게 연기자로서의 투잡 활동은 소위 ‘밑질게 전혀 없는 전략’인 만큼 그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기획사에겐 예상치 못한 수입을, 제작사에겐 흥행이나 시청률 대박을 일정부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JYJ, 2PM, 2AM, 브라운아이드걸스, 티아라, 슈퍼주니어 등의 멤버들이 투잡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투잡 연예인들의 행보는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최근 ‘투잡’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낸 이를 꼽자면 동방신기의 전 멤버이자 현 JYJ 멤버인 박유천을 들 수 있다. 전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음반발매와 가수활동이 어려울 당시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섰다. 1년간의 공백기간이 있었고 동방신기 전 멤버로 활동당시 정식 연기활동('지구에서 연애중', '베케이션' 제외)이 없었음에도 이례적으로 주연급으로 발탁됐고 ‘그간 고팠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연기자 박유천의 유효기간은 불과 5개월이었다. 그 기간마저도 연기자 박유천으로서 온전히 살지 못했다.
박유천은 드라마 촬영기간에도 가요계 복귀를 준비해왔다. 촬영기간이었던 10월 12일엔 국내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쇼케이스도 열었고 11월 2일, 마지막회 방송일이자 드라마 스태프들의 그간의 노고를 되새기는 종방연에는 해외 공연담당자들과의 미팅건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촬영이 지연된 ‘예상치 못한 변수’때문에 가수활동 일정이 겹치게 됐다"며 그 아까운 시간들을 보상받기 위한 듯 음반발매와 국내외 쇼케이스, 콘서트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쫓기듯 연기자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재빨리 가요계로 자리를 옮겨 그렇게 JYJ 소속가수 박유천이 됐다.
투잡 연예인으로서의 박유천의 모습은 한편으론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박유천에게 '연기자로서의 진정한 자세와 마인드는 과연 있었을까'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JYJ 멤버, 김준수는 “남들은 연기에 몰두할 때, 유천이는 음반활동에 쇼케이스, 콘서트까지 소화했다”고 언론을 통해 전했다. 멤버 혹은 팬으로서 보기는 대단할지 모르지만 연기자와 가수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
그가 정말 연기에 대한 일말의 열정을 품고 있었다면 일정시간을 갖고“발성과 표정연기가 어색하다” “발연기다” “나름 괜찮았다”등 연기자로서 첫 대중의 평을 제대로 곱씹어 보고 자신의 연기를 반추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땠나. 드라마 종영즉시 허둥지둥 '가수 박유천' 타이틀을 달고 '음반발매다', '해외 쇼케이스다', '국내 콘서트다'라며 활동했다. 애초부터 연기는 가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중간단계 정도의 개념이었고 연기자란 가수활동이 어려울시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직업군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균관 스캔들’ 제작발표회 당시의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는 말은 “연기가 어떤 음식인지 한번 간보고 싶었다”라는 의미에 불과했던 것이었는지. 연예계엔 그 한번의 맛을 보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외길을 걸으며 ‘피터지게’ 노력하는 무명의 배우들이 있기에 만약 그런 생각으로 주연자리를 승낙했다면 대단히 서글프고 안타깝다.
인지도와 소속사를 앞세운 이들의 무분별한 유입이 정작 외길 무명의 길을 걸으며 한번이라도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출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배우들에게는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인 동시에 다양한 신인 연기자의 등장을 가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박유천의 경우만 적용되는 건 아닌, 소위 배경을 믿고 연기에 뛰어드는 모든 아이돌 그룹에 해당된다.
2AM의 창민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유닛 그룹 옴므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옴므가 에이트의 이현이었고 2AM의 창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만약에 정말 둘만 신인가수로 데뷔를 했더라면 과연 누가 우리 둘을 이렇게 많이 사랑해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연예계 생활이 재능만이 아닌 외적인 영향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증명하는 '간증'인 셈이다.
2011년에도 투잡 아이돌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아이돌이 연기한 것 치고는 잘했다” “이정도면 첫 주연치고는 합격점이다” 라는 일각의 평에 안주하질 않고 그야말로 눈물겨운 밑바닥 밥도 먹어보며 연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는, 많은 연기돌이 나오길 바란다. 더 이상 아이돌의 활동이 대학로나 충무로 등에서 연기력을 다지며 안방극장 입성 꿈을 꾸고 있는 일부 배우들에게 일종의 특혜로 인식되는, 씁쓸한 상황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첫째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방신기 시아준수-믹키유천-유노윤호-소녀시대 윤아-SS501 김현중, 둘째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애프터스쿨 유이-2PM 옥택연-빅뱅 탑, 셋째사진 왼쪽부터 포미닛 전지윤-남지현-허가윤-권소현-김현아. 사진=MBC, KBS, 태원엔터테인먼트, 그룹에이트, 뮤지컬 '모차르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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