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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진 공격수'자리 두고 불꽃튀기는 신경전, 팀에게 악재? 호재?
일본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21)가, 9일 아시아 컵 1차 리그 첫 경기인 요르단전에서 골을 넣어,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8일자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가가와 신지는 6일 연습 시작 전,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과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포지션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를 원한다고 감독에게 밝혔다.
자케로니 감독은 첫 경기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결과를 내는 것을 조건으로 가가와에게 선택권을 부여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쉐도우 스트라이커, 즉, 밑으로 약간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는 남아프리아 월드컵 이후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가 맡고 있는 위치다. 혼다 또한 이 자리를 주 포지션으로 하고 있어, 붙박이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서로 에이스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 둘에게 있어 포지션 다툼은 자존심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만 21살의 가가와는 거침없다.
가가와는 연습전, 스타디움에서자케로니 감독으로부터 요르단전 정보 등을 전해 듣고 난 뒤,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약 4분 간의 이야기가 이뤄졌고, 연습이 끝난 뒤에 가가와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는) 그런 의미로 말을 했는데…역시 (부여받은 위치에서) 시합 때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달렸네요"라고 밝혔다.
쉐도우 스트라이커. 이 자리는 그에게 가장 익숙하다. 또한 소속팀 도르트문트 내에서도 이 자리에서 뛰며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본 내 합숙에서도 그는 "도르트문트에서도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고, 그 자리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바 있다.
사이드를 공수의 중요 핵심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크 감독의 스타일이다. 왼쪽 미드필더로서의 배치는 그만큼 그를 중용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가가와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를 원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뒤, 자크 감독은 "지금은 왼쪽이지만, 어떤 포지션에서도 결과를 내야한다"며 앞둔 경기 결과에 따라 쉐도우 스트라이커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눈 앞의 '당근'에 가가와는 "어느 위치던 간에 결과를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며 결의를 새롭게 다졌다고 데일리 뉴스는 전했다. 비공개 훈련에서는, 게임형식의 연습에서 왼쪽 미드필더로서 뛰었다고 한다.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역시 (가가와) 신지는 레벨이 주변하고 전혀 달라. 독일에 가서 더 대단해졌어"라며 미드필더 가시와기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불과 만 21살에 불과한 가가와의 대표팀내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 1부 리그 전반전 MVP에 선발되는 등, 도르트문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 가가와'. 그리고 월드컵과 소속팀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CNN에도 전도유망한 축구 선수로 방영된 적이 있는 혼다.
이들의 에이스 대결의 1차전은 '포지션 경쟁'의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얼마전에는 이같은 에이스 경쟁에 불을 붙이는 '전초전'이 될 만한 사건도 있었다.
바로 '10번' 유니폼 사건.
혼다가 대표팀에서 그토록 원하던 '10번'유니폼을 가가와가 입게 된 것이다. 일본 대표팀에서 10번은 매우 의미깊은 등번호로 한동안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나카무라 슌스케도 등번호 10번을 사용했었다.
그래서 혼다가 새로운 '에이스'로서 그 번호를 원한다고 평소에도 언급해왔다. 그러나 그 의미 깊은 번호는 가가와에게 돌아가버렸다. 가가와가 실력으로 얻은 것이라는 한국 보도와 달리 외부 요인에 의해 받게 된 등번호였지만, 의미심장한 에이스 번호 '10번'을 가가와가 달게 되버렸다.
(나카무라 슌스케의 스폰서 아디다스는 가가와와도 계약을 맺고 있어, 이것이 가가와에게 등번호 10번을 부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또한 혼다는 '18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던 이유도 있었다)
가히 혼다의 에이스로의 열망에 불을 지피는 에피소드라 할 만하다. 더군다나 가가와는 올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쳐, 능히 '혼다'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에이스를 노리는 혼다 선수로서는 포지션 경쟁에서 쉽사리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팀 내에서의 불꽃 튀기는 에이스 경쟁. 과연 이것이 일본 대표팀에게 있어서 약진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 팀웍을 흐리는 악재가 될 것이지는 이번에 치뤄지는 아시안컵에서 드러난다.
이지호 기자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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