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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요 며칠 연예계와 스포츠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카라와 이대호다. 일본 내 '신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카라의 3인(한승연 정니콜 강지영)은 소속사인 DSP미디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적지않은 충격을 줬고,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의 금자탑을 세운 이대호는 연봉조정 신청을 통해 구단과 힘겨루기를 했다.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카라는 철옹성 같이 쌓아왔던 '생계형 아이돌' 이미지에 금이 갔고 카라와 DSP미디어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넌 듯 보였다. 이대호의 경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수로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속상하다"고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대호와 구단 사이의 앙금은 고스란히 남게됐다.
역시 핵심은 돈이었다. 카라와 이대호 둘 모두 "결코 돈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지만 분명한 돈 문제였다. 실질적으로 본인 손에 들어온 액수의 문제가 아니었을 뿐이지 돈이 갖고 있는 값어치의 문제였다.
3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따르면 카라는 멤버당 음반 수익으로 13만원을 받았다. 카라 3인의 법적대리인 홍명호 변호사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멤버들과 회사의 신뢰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라면서 "일본 음반사와의 전속 계약서에 의해 2천만엔(한화 약 2억7천만원)의 계약금을 회사가 가져가는 걸로 돼 있다. 멤버들은 받은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은 홍 변호사의 말을 인용 '카라 3인 측은 국내 활동도 투명하지 않아 멤버 한 명이 국내 음반 판매로 받는 돈이 한 달 평균 13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카라는 신 한류의 주역으로 젊은 한류를 이끌었고, 국위 선양을 했다. 또한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2010년 가요계에 불어닥친 여자 아이돌 열풍의 선두 주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눈 앞에 드러난 그들의 값어치는 13만원이었다.
6억 3천만원이라고 좀 나아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대호도 마찬가지였다. 이대호의 경우,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의 타이틀이 주는 위엄 못지 않게 현 프로야구 선수들이 10억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고 이구동성 외쳤다. 추신수, 양준혁 등 영향력있는 야구인들은 이대호의 손을 들어주며 롯데 구단의 소탐대실 자세를 꼬집기까지 했다. 특히 프로선수의 연봉은 개인의 성적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놓고 볼 때, 기념비적인 성적을 낸 이대호에게 6억 3천만원의 액수가 주는 뒷맛은 씁쓸했다.
두 사람 모두 일반 대중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사뭇 컸다. 카라의 직업이 가수라면 이대호의 직업은 야구선수다. 업무의 종류가 다르고,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평가받는다는 특수성이 존재할 뿐 기본적으로 그들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과 다름없다. 때문에 그들 역시 성과에 맞는 연봉을 요구할 수 있고 합리적인 연봉 협상을 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
노동에는 항상 대가와 보상이 따른다. 특히 그 생명이 짧은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의 경우는 전성기 시절에 압축적으로 자신의 값어치를 보상받는다. 아이돌 가수의 경우 30살을 넘겨 인기를 유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고, 운동 선수의 경우 보통 32-35살 사이에 은퇴를 결정한다. 따라서 단 한번 찾아온 전성기에 자신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
데뷔 4년차인 카라는 지난해 한류스타로 뜨며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걸그룹이다. 연습생 시절까지 포함하면 5년 이상 '성공'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다. 이대호는 이제 어느덧 11년차다. 신인시절 감독과의 불협화음으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몇 년전부터 이름을 떨치더니 2010년 세계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사태에서 두 노동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자신의 성과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에 따르면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모델 등 연예인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평균 28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세대상 직장인들의 평균 연간급여 3820만원 보다 1000만원 가량 적은 수준으로, 수십억의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은 소수에 불과할 뿐 실제로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일반 직장인 수준 혹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야구 선수라고 다를 바 없다.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400만 원이다. 지난해 400만 원이 오른 금액이지만 수많은 2군 선수들은 최저 연봉으로 생활한다. 이처럼 연예인, 운동선수의 여건은 빈곤하고 열악하다.
앞서 가수들의 해체나 소속사 이적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일부 네티즌들은 '돈독'이 올랐냐며 편협된 시선을 보냈다. 운동 선수들의 이적에도 물론 같은 잣대가 적용됐다. 그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은 부각되지 않았고 마치 돈을 쫓은 욕심장이처럼 비쳐졌다. 전성기를 맞아 이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요구를 한 사실 보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들의 탐욕과 양심을 질책하는 도덕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연예인, 운동선수의 노동 권리에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짧은 생명과 함께 소속사와 구단에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노동권에 대한 새로운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그들도 성과에 맞는 연봉을 요구할 수 있고, 합리적인 연봉 협상을 할 자격과 권리가 있는 노동자다.
[카라(위)-이대호. 사진 = DSP미디어. 마이데일리 DB]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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