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여섯이다. 선수생명이 길지 않은 농구 선수로서 황혼기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는 단연 최고참이었고 프로농구에서도 '형'이라 부를 수 있는 이가 몇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우승 경험은 없다.
안양 한국인삼공사 '캡틴' 김성철(35) 이야기다. 지난달 29일 열린 올스타전 루키챌린지는 한국인삼공사 잔치나 다름없었다. 박찬희, 이정현, 김보현, 박성훈, 김명훈 등 양 팀의 주축 선수들이 죄다 인삼공사 소속이었다. 심지어 감독도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이었다. 그만큼이나 젊은 팀 인삼공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김성철이다.
"SK로 가라고 했죠. 젊은 선수가 뛰기에 지원도 좋고 인기도 많은 팀이니까. 설마 2년 연속 우리가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내리라곤 기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됐네요"
2시즌째 리빌딩하느라 하위권에서 고군분투중인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단다. 김성철은 '오세근 효과'라며 웃는다. "덩치와는 달리 무척 스마트한 선수" "힘으로,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농구를 알고 하려는 선수"라고 칭찬이 뒤따른다. 그리고 서장훈, 신기성(이상 전자랜드), 조상현(LG), 황성인(SK) 등 이미 우승을 경험한 동년배의 선수들처럼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앞으로 뛸 날이 많이 남아있진 않으니까 좋은 선수들과 뛰게 되는 앞으로 2-3년 내에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 시즌 전자랜드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우승 경쟁에 뛰어든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인삼공사나 전자랜드처럼 변방이었던 팀들이 리그를 주도하면 농구 저변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 시즌 인삼공사는 김태술-박찬희-양희종-오세근-용병으로 구성되는 프로농구 사상 가장 젊고 잠재력 넘치는 팀으로 거듭난다. 베테랑 김성철-은희석이 버팀목이 돼 주고 올 시즌 충분한 실전경험을 쌓은 이정현-김보현-박성훈-김명훈-김종학 등이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승후보로 급부상이다.
하지만 김성철은 신중했다. "전자랜드와는 달라요. 전자랜드는 우승경험이 풍부한 서장훈-신기성-문태종 등 베테랑들이 주축이잖아요. 젊은 선수들이라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바로 내년에 우승후보, 이러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음 시즌보다 2년 후 정도가 더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젊은 선수들이 물이 오르고 (오)세근이나 (박)찬희 등이 군입대하기 직전, 그 때 우승에 근접할 겁니다"
김성철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하지만 1999-2000시즌 신인왕의 꿈을 이뤘던 안양에서 우승의 꿈마저 이루고 퇴장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구단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아직 재계약 이야기는 이르지만 여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은 틀림없어요"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김성철. 사진제공 = KBL]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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