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사명감'과 '책임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사명감은 "영화 주인공으로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아니었고, "배우로서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아니었다.
영화 '아이들'의 주인공 박용우에게 사명감이란, "배우라는 한 사회인으로서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또 책임감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번 영화를 통해 '개구리소년'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 꼭 이 영화를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박용우는 영화 '아이들'에서 개구리소년들을 찾는데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강지승 PD 역으로 분했다. 강지승은 방송을 조작해 지방 방송국으로 좌천된 다큐멘터리 PD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특종거리를 찾기 위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 새롭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사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위트 있는 인물이에요. 처음부터 사명감을 갖고 사건을 접한 게 아니라 출세를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 인물이죠. 즉, 장사가 될 것 같은 사건이니까 나선 겁니다. 이후 '마을 안에 범인이 있을 수 있다'는 황우룡 교수(류승룡 분)의 말에 이 사건에 집착하게 되죠."
오로지 출세를 위해 사건에 뛰어든 PD가 갑자기 사명감을 갖게 된다? 의아했다.
"영화를 보면 강지승은 극중 아이를 얻게 됩니다. 갑자기 부모가 된 거죠. 그때부터 강지승은 부모의 심정으로 사건을 재조명하기 시작합니다. 자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자식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그동안 못 느꼈던 죄책감을 느끼고 더 자세히 사건에 다가가게 되는 거죠."
물론 미혼인 그가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극중 박용우는 개구리 소년들의 부모를 만나 그 사람들을 대변해서 감정을 표출해야 했다. 이는 관객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주는 장면이었다.
"어려웠죠.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의무감, 사명감, 책임감이 영화를 찍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시나리오를 받고서도 '재밌다.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런 몰랐던 사실이 있었네'라는 정도만 느꼈지, 사명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PD 역할과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나겠구나 싶더군요."
사명감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 동안의 작품에서는 이 같은 남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사실 그동안은 주인공으로 열심히 해서 투자하는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 정도의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사회인으로서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위치)에 있는데, 이 영화가 잘 되면 사회적인 이슈까지 일으킬 수 있겠구나 싶어서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는 더욱 진지함이 묻어났다. 영화 한 편을 막 끝낸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극중 그가 맡은 다큐멘터리 PD 강지승과 같았다.
"'아이들' 얘기가 정말 '100분 토론'에서 다뤄졌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공소시효 기간이 됐든, 법체계의 문제든,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의 의식 문제든 상관 없습니다. 개구리 소년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우리 사회의 의식을 변화 시킬 정도만 되면 됩니다. 그래야 이 사회가 좀 더 건강해 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정말 그의 말이 현실화 돼 MBC '100분 토론'에서 개구리 소년 사건을 다시 한 번 되짚는다면 박용우는 출연할 마음이 있을까.
"그럼요. 출연해야죠. 물론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스스로 준비가 돼 있다면 분명히 참여를 할 겁니다. 얘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얘기를 할 겁니다."
영화 '아이들'은 지난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해 2006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결국 미해결 상태로 종결된 '개구리 소년' 사건을 다룬다. 박용우 외에는 성동일, 류승룡, 성지루, 김여진 등이 출연해 수준 높은 연기를 선사한다. 지난 16일 개봉한 '아이들'은 개봉 첫 주말까지 77만 관객(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박용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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