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한국시리즈 7차전에 버금가는 긴장감 연속의 경기였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던 상황에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SK와 손에 잡힐 듯 한 거리에서 승리를 놓친 롯데의 이날 경기를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 선발 김광현을 바라보는 이만수 감독대행의 마음
- 노심초사(勞心焦思) : 애쓰면서 속을 태움.
김광현을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등판 시킨 이만수 감독 대행은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걱정되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대행이 1선발로 김광현을 내세웠던 것은 팀 에이스로서 긴 이닝을 끌고 나갈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생각은 가차 없이 빗나갔다.
김광현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⅔이닝동안 4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구속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의 주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되거나 가운데로 몰리면서 롯데 타자들이 공략하기 좋은 공이 됐다.
김광현은 1회말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2회 2사 2루 147km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떨어지면서 김주찬에게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1사 2루, 타석에 오른 손아섭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오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만들어 3실점했다.
김광현이 실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만수 감독대행은 연신 불안한 낯빛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김광현에 대한 믿음으로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렸지만, 김광현의 4회말 추가 1실점은 결정적이었다.
이에 이 대행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김광현의 등을 두들겨줬고, 김광현은 아쉬운 듯 마운드 위에서 벤치로 발길을 돌렸다.
가장 믿었던 선발 카드 김광현의 부진을 바라보는 이만수 감독대행의 마음은 노심초사(勞心焦思)였다.
하지만 SK는 선발 김광현의 부진에도 타선의 집중력과 불펜진의 호투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 9회말, 손아섭의 어이없는 한방으로 날린 찬스
- 망양지탄(望洋之嘆) : 어떤 일에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 하는 탄식.
말 그대로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밥상은 그저 부담스러운 존재였을까.
손아섭은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6-6 동점이던 9회말 천금 같은 만루찬스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이어 조성환이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대타로 나선 손용석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1사 2,3루로 득점 기회는 이어졌다. 이에 SK는 만루 작전을 펼쳤고, 1사 만루 상황에서 손아섭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에 SK는 엄정욱을 내리고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는 좌타자 손아섭의 대비책이었다. 손아섭은 이전 타석까지 3안타 1타점을 올리며 맹타를 휘둘렀기에 이 싸움의 우위는 롯데가 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직구장에 있는 롯데 팬들은 일제히 승리를 맛 볼 준비를 했다. 모두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롯데벤치는 1차전 승리를 향한 긍정의 기운이 솟아났고, SK의 벤치는 긴장감이 흘렀다.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초구로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택했고, 이를 공략한 손아섭의 타구는 빠르게 2루수 정근우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이는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이후 롯데벤치와 응원석에선 탄식이 흘러 나왔고, SK 벤치는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그리고 맞이한 연장 10회초 부첵을 상대로 정상호가 좌월 솔로포를 작렬하며 SK가 1점을 보태 6-7로 롯데는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이날 경기 후 그라운드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손아섭은 망양지탄(望洋之嘆)했다.
▲ 정상호의 물방망이, 결정적인 순간에 타오르다
- 기사회생(起死回生) : 죽은 사람이 일어나 다시 살아남.
16타수 1안타 0.063의 타율.
이 기가막힌 성적의 주인공은 플레이오프 1차전 영웅으로 등극한 SK 와이번스 정상호다.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박경완을 대신해 2009년 이후 다시금 포스트시즌 주전 포수자리를 꿰찬 그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치른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팀 투수들을 잘 리드하며 팀 플레이오프행에 일조했지만, 공격력은 형편없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답답한 방망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정상호는 달라졌다. 4타수 2안타 1타점 1홈런 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더욱이 그가 올린 1타점은 6-6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올라 롯데 부첵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이 점수로 팀은 7-6으로 피 말렸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상호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수비는 그렇다고 쳐도 공격이 터지지 않아 답답하다"며 "팀이 필요할 때 하나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정상호의 굳은 의지는 현실이 됐고,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웃을 수 있었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가장 멋진 순간을 맞이하게 한 정상호의 이날 홈런은 그를 기사회생(起死回生)시켰다.
[위·SK 선수단, 아래·롯데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