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발리에서 패션왕에게 생긴 일?’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이 지난 2004년 작품 ‘발리에서 생긴 일’(이하 ‘발리’)의 인물, 스토리 진행, 엔딩 등을 답습하며 막을 내렸다.
22일 밤 방송된 ‘패션왕’에서는 강영걸(유아인)의 회사를 파탄 내려던 정재혁(이제훈)이 영걸에게 뒤통수를 맞는 장면과 함께 영걸이 이가영(신세경)과 엇갈린 사랑을 확인하지 못한 채 괴한의 총을 맞아 죽는 장면이 그려졌다.
‘발리’를 집필한 김기호-이선미 작가와 당시 ‘발리’를 연출한 최문석 CP가 기획을 맡은 ‘패션왕’은 극 초반부터 ‘발리’와 인물 성격부터 구도, 진행, 스토리가 비슷하다는 평을 받으며 시작했다.
먼저 인물면에서 강영걸, 정재혁, 이가영, 최안나의 극중 이름이 강인욱(소지섭), 정재민(조인성), 이수정(하지원), 최영주(박예진)과 비슷했다. 또 재벌과 싸우는 능력 있는 소시민 강영걸과 강인욱, 아버지가 무서운 건방진 재벌 2세 정재혁-정재민, 재벌에 사정을 하며 인연을 쌓는 신데렐라 이가영-이수정,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질투심만 가득한 최안나-최영주의 면면 역시 깊게 닮아 있었다.
더불어 여주인공 이수정이 정재민과 강인욱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처럼 이가영 역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강영걸과 정재혁 사이를 오고 갔던 점, 가진 것은 많지만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점점 극 바깥으로 벗어나는 최안나와 최영주 역시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이었다.
강인욱이 정재민 회사의 재산을 몰래 빼돌리고 이수정과 발리로 도망쳤듯, 강영걸이 정재혁을 속이고 주인공 네 사람이 만난 도시 뉴욕으로 도망간 점도 두 드라마가 닮은 구석이다. 이외에도 극 중간 중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에서 들리는 효과음이나 주인공들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기본 벨소리음이라는 점 역시 ‘패션왕’이 ‘발리’의 시즌2라는 평을 만드는 요소다.
두 드라마가 ‘닮은꼴’로 방점을 찍는 부분은 엔딩장면이다. 이날 방송 말미 뉴욕 공항에서 가영을 기다리던 영걸은 너무도 행복한 모습으로 재혁의 손을 잡고 나타난 가영을 보고 사랑을 잃은 슬픔에 빠졌고, 술에 취했다. 그러던 중 가영에게 안부전화를 걸었고, 대화를 나누다 괴한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총소리가 나자마자 가영은 “저도 보고 싶어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그렇게 ‘패션왕’은 마무리됐다.
이는 회사의 재산을 모두 날리고 발리에 숨어있던 수정과 인욱을 발견한 재민이 총으로 두 사람을 쏘는 것과 총에 맞은 뒤 그제야 ‘사랑해요’라고 속마음을 밝힌 이수정의 모습, 사랑하는 이수정을 죽인 죄책감에 총으로 자살하는 정재민의 엔딩과 미묘하게 겹쳐진다.
이에 각종 커뮤니티에는 ‘패션왕에서 발리가 보인다’ 등의 제목으로 비슷한 부분을 짚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발리에서 패션왕에게 생긴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기호-이선미 작가와 최문석 CP의 ‘발리’팀은 ‘패션왕’을 통해 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패션계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다룰 것을 의도했지만 결국 ‘발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씁쓸하게 종영했다.
['패션왕' 마지막화에 등장한 이제훈-장미희-유아인-신세경-유리(맨위부터).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