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KIA 타이거즈 윤석민(26)은 2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2.91로 준수하다. 승리는 두 번 뿐이지만 온전히 자신의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에이스라 칭할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아쉬운 구석이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들쭉날쭉한 피칭이다. 윤석민은 이번 시즌 9번의 선발 등판에서 두 번의 완투승(1완봉 포함)을 올렸다. 이 두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8이닝 1실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8이닝 무자책 경기가 2번, 6이닝 1실점한 경기가 한 번 있다. 윤석민은 이 다섯 경기에서 무려 40이닝 2자책으로 0.45라는 경이로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윤석민의 시즌 평균자책점이 3점에 가깝다는 것은 나머지 4경기에서 윤석민이 크게 부진했다는 것을 뜻한다. 소위 말하는 '롤러코스터 피칭'을 한 것이다.
윤석민의 피칭 결과에 편차가 큰 것은 단순히 컨디션 탓은 아니다. 윤석민은 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좋은 피칭을 한 적이 많았다"고 말해왔다. 1안타 완봉승을 거둔 지난 11일 광주 두산전도 그랬다.
반대로 말하면 컨디션이 좋다고 느낄 때 좋지 않은 결과를 낸 날이 있다는 뜻도 된다. 선수 본인의 말대로 윤석민은 몸 상태에 따른 성적 편차가 나는 투수다.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의 아쉬움도 이 부분에 있다. 선 감독은 종종 "윤석민은 좋은 날은 한 없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무너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류현진 같은 경우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하다"는 말을 한다.
선 감독은 윤석민이 가끔 상대 투수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윤석민은 박찬호와 맞대결을 펼쳤던 지난달 24일 광주 한화전에서 8개의 탈삼진으로 구위를 뽐냈다. 하지만 탈삼진을 제외한 성적은 참담했다. 5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윤석민은 가까스로 패전만 면하고 말았다. 이 경기가 있은 후 선 감독은 "(박)찬호를 의식해서 너무 힘으로 누르려고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반면 류현진은 당대 어떤 투수들보다도 마운드 위에서 침착하고 모든 일에 무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쩌면 투수로서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슈퍼 에이스와 평범한 투수의 성적을 매 경기 오가는 윤석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이런 모습이다.
투수는 태생적으로 민감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 예민함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투수들만이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다. 에이스는 단순히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초반에 점수를 주며 끌려가더라도 버텨내며 최소한 QS(퀄리티 스타트)라도 찍어 주는 것이 에이스의 임무다.
윤석민은 분명 KIA의 에이스다. 이미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더 좋은 투수가 될 여지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구위가 아닌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
윤석민은 이번 시즌 부진한 경기에서도 한 이닝에 점수를 전부 몰아서 내주지는 않았다. 꾸준히 2~3이닝에 걸쳐 실점했다. 일시적인 난타가 아닌, 마운드 위에서의 마인드 컨트롤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보완하는 과정이 곧 윤석민이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는 길이 될 것이다.
[29일 경기에서 김현수에게 3루타를 허용한 뒤 허탈해하는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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