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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도 그러했고, '내 아내의 모든 것'도 그랬다. 여성 관객들을 주 타킷으로 하는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이제는 '남자들의 마음'까지 훔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건축학개론'은 국내 멜로영화 최다관객인 410만 관객을 동원해 기록경신을 했고, 아직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13일 중으로 350만 관객을 가뿐하게 넘어선다.
이들 두 영화는 여성 관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의 문을 남성에게까지 활짝 열어젖혔다는 것.
'건축학개론'은 여성보다 남성 관객들이 더 난리였다. 여성관객들이 이제훈에 열광한 것 이상으로 남성관객들은 수지를 부르짖었다. 부작용이라면 이 영화를 보러온 커플 관객들 사이 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 정도로 남성관객의 몰입도가 높은 영화였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20대 여성을 겨냥하는 여타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애초에 결혼을 한 30대 남녀관객들을 주요 타킷으로 설정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결혼 7년차 부부. 이혼까지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길 정도로 아내가 싫어진 남자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그런만큼 남성관객의 공감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남성관객을 사로잡으며 흥행까지 거머쥔 이들 두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말랑말랑한 사랑을 예쁘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축학개론'은 아련하고 아름답게 기억된 첫사랑을 'X년'으로 만들었고, 술에 취해 강남오빠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첫사랑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봄직한 사랑의 씁쓸한 단면 중 하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어떤가. 결혼한지 7년이 된 아내는 방귀도 끼고 속옷도 아무렇게나 벗는다. 기껏 지방으로 탈출했더니 섬뜩하리만치 쫓아와 칼질을 한다.
사랑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던 순정파 주인공들은 온데간데 없고, 씁쓸하고 지긋지긋한 남녀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관객들은 핑크빛으로 포장된 거짓 멜로보다 현실에 닿아있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더욱 공감한 셈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은 "사실 사이가 안 좋아진 부부가 관계를 해결하려고 애쓴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익숙한 플롯이다"며 "이들이 성장통을 통해서 얻게 될 결론을 관객들의 기대치 안에 있으면서도 기대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가 영화의 출발지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보고 '연애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의도치않게 판타지를 공고화시킨 셈이 됐다. 오히려 결혼과 사랑의 판타치를 깨줄려고 했었는데. 하지만 사람들이 사랑이 장미빛만은 아니라는 것,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싶고 유혹하고 유혹당하고 싶은 감정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건축학개론'과 '내 아내의 모든 것'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사 집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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