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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차상엽 객원기자]지난 두 시즌간 리그 우승을 쓸어담으며 2010년대를 자신들의 시대로 만들어 가고 있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사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재정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며 우승은커녕 한자리 숫자의 순위만 기록해도 다행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의 초고속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리그와 DFB 포칼(독일컵)에서 동시에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의 맹주가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도르트문트임을 증명해 내기도 했다. 구단 역사상 도르트문트가 리그와 포칼에서 동시에 우승을 차지하는 이른바 ‘더블’을 기록한 것은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도르트문트의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물론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하위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승 타이틀을 방어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의미다.
일단 카가와 신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으로 인한 공백을 매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카가와가 맨유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적어도 도르트문트에서는 지난 두 시즌간 카가와가 절대적인 활약을 해 준 만큼 그가 없는 도르트문트의 공격진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체격 조건이나 플레이 스타일 등에서 2000년대 중후반 베르더 브레멘에서 활약했던 디에고(현 VfL 볼프스부르크)와도 곧잘 비교되곤 했던 카가와지만 디에고가 브레멘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반면 카가와는 2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기록면에서는 디에고를 이미 추월했다.
카가와는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횡적인 움직임보다는 최전방과 미드필드 사이를 종적으로 주로 움직이며 빈공간을 잘 노렸고 마르셀 슈멜처와 루카스 피스첵 등 좌우 풀백들의 공격 가담이 더해져 도르트문트의 공격력은 극대화 될 수 있었다. 카가와와 원톱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높은 골 결정력도 강점이었다.
도르트문트는 어차피 이번 이적 시장을 통해 카가와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다. 카가와를 영입할 당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맹활약으로 팀 공격진이 새롭게 재편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팀의 공격 전술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만큼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시즌인 셈이다.
물론 카가와의 이적에도 불구하고 마리오 괴체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야쿱 블라지코프스키, 이반 페리시치 등 기존 미드필더들이 건재하고 지난 시즌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상승세를 주도하며 독일 대표팀에도 승선한 마르코 로이스가 합류한데다 세바스티안 켈의 노쇠화를 대체할 일카이 귄도간, 스벤 벤더 등이 안정적으로 팀에 안착한 만큼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앙 수비수 마츠 훔멜스가 유로 2012를 통해 한단계 더 성장했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만 레반도프스키 역시 이적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카가와에 이어 레반도프스키까지 잃는다면 도르트문트의 전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적 시장에 나온 공격수 자체가 거의 없는데다 아직까지 큰 돈을 쓸 수는 없는 도르트문트이기 때문이다.
카가와의 빈자리는 괴체가 대체하고 괴체가 중앙으로 이동할 경우 로이스가 측면을 책임지게 되며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중용되기 시작한 모릿츠 라이트너 또한 측면을 맡을 수 있지만 레반도프스키의 빈자리는 메우기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괴체의 플레이 스타일이 카가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득점 형태나 공격 루트 등은 지난 시즌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시즌 초반에는 적응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분데스리가의 절대 강자는 두말 할 필요없이 바이에른 뮌헨이다. 하지만 최근 6시즌간 바이에른이 2번 우승을 차지했고 비 바이에른팀이 4번의 우승 타이틀을 가져갔다. 더 이상 분데스리가가 바이에른의 독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음을 기록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지난 시즌 우승이 멀어져 보이는 상황에서도 바이에른이 우승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던 칼-하인츠 루메니게 바이에른 구단 이사장까지 올시즌을 앞두고는 “도르트문트가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도르트문트는 리그 2연패를 달성했음에도 주전 선수들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재정적인 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때문에 2010-11 시즌 우승 이후 누리 사힌을 레알 마드리드에 내줬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카가와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내줬다. 하지만 올시즌 우승을 차지할 경우 혹은 적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들어갈 경우 재정적으로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올시즌 우승 내지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분데스리가는 당분간 리그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게 된다. 숙적 바이에른이 주전 선수들을 모두 지켜냈고 몇몇 선수들까지 영입하며 전력이 강화된 반면 도르트문트로서는 엷은 스쿼드로 또 다시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만큼 올시즌 리그 우승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4위권 진입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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