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중일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WBC 엔트리. 바람 잘 날이 없다. 1일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이용찬(두산)을 빼고 송승준(롯데)를 넣었다. 7번째 교체였다. 봉중근(LG)에서 장원준(경찰청),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홍상삼(두산)에서 서재응(KIA), 차우찬(삼성), 이용찬(두산), 김진우(KIA)에서 윤희상(SK), 추신수(신시네티)에서 손아섭(롯데), 이용찬에서 송승준(롯데)으로 바뀌었다.
▲ 엔트리 교체, 그 이후
엔트리 교체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병역 혜택이 없으니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시즌 직전에 치르는 대회이니 참가가 부담스럽다”라는 등 출처 불분명한 설들이 나오고 있는 것. 진상 확인은 어렵다. 실제 일부 관계자들은 “요즘 대부분 선수는 태극마크 자체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딛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애국심이 충분히 있다”라고 귀띔했다.
대표팀 분위기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엔트리 교체가 자주 일어나면서 대회 준비가 어수선해진 건 확실하기 때문. 그러나 이 역시 대회 뚜껑을 열기 전엔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어차피 선수들은 11일에 집결한다. 실제로 훈련을 같이 해보지도 않은 팀의 분위기를 현 시점에서 가타부타 짐작하는 것도 좀 그렇다. 전력 약화 우려에도 대표팀 선수들이 단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말들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대표팀 류중일 감독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결국 결과론이다. 대회 결과가 좋으면 다 묻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김없이 수면에 오를 말들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류 감독으로선 지금 불거져 나오는 말들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대표팀이 소집되면 어떻게든 수장인 류 감독이 한 차례는 다잡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 마운드 운영 구상에서 오는 부담
류 감독이 실제로 잦은 멤버 교체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대회 운영구상이다. 훈련과는 별개로 코칭스태프가 준비해야 할 일인데, 선수가 자꾸 바뀌면서 활용방법을 놓고 자꾸 새로운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WBC는 다른 국제대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투수들의 투구수 규정이 있기 때문에 투수 활용 방안을 세심하게 짜야 한다. 이용찬을 송승준으로 바꾼 것도 운영 계획에 최대한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 선발투수를 선발투수로 바꾼 것이다.
그래도 투수 운영구상에 차질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 보직이 같더라도 투수들마다 엄연히 투구 스타일, 컨디션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앞서 교체 멤버로 투입된 6명의 선수, 특히 5명의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류 감독은 국제대회서 코치로는 숱하게 참가해봤어도 경기 지휘가 처음이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감독들에게 국제대회 지휘는 잘 해야 본전이다. 류 감독은 지금 소속팀 삼성의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는 중이라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류 감독은 굉장히 진중한 성격이다. 위기 상황이라고 앓는 소리를 하기보단 조용히 칼을 갈았다가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삼성이 지난해 초반 급격한 부진 속 7위까지 떨어졌을 때도, 한국시리즈 1~2차전 낙승 이후 3~4차전서 연이어 패배했을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이번엔 WBC다. 지금 류 감독의 어깨는 매우 무거울 것이다. 야구 팬들은 지난해 삼성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그 마법을 대만과 일본, 미국에서 재현해주길 바란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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