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롯데는 정말 피해자인가.
WBC 대표팀이 사실상 새롭게 구성됐다. 무려 7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교체 선수들을 살펴본 결과 현 시점에선 삼성과 롯데에서 가장 많은 6명과 5명의 선수가 차출됐다. 11월 12일 처음으로 대표팀 멤버가 발표됐을 때보다 각각 1명과 2명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두산은 4명에서 3명으로 1명 줄었고, 다른 팀들은 대표 차출 숫자에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삼성과 롯데가 피해자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구인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여기엔 분명히 진실도 있고, 오해도 있다. 그 속엔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와 구단, 그리고 대표팀의 사정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 WBC 다수 차출, 손익 따질 과학적 근거 없다
구단들은 말은 안 해도 WBC에 차출된 선수들의 숫자를 체크한다. 종목을 불문하고 소속팀의 훈련 기간에 대표팀 일정으로 차출되는 선수들이 많다는 걸 좋아할 프로 구단은 없다. 스프링캠프를 옳게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찝찝한 대목이다. 실제로 1~2회 대회서도 대표팀에 차출된 일부 선수들이 정규시즌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체력적인 난조 같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구단들의 최대 걱정도 WBC에 올인한 선수들이 자칫 시즌을 망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찍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 정규시즌 중 체력 저하,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WBC 후유증인 셈이다. 1회 대회서 김동주(두산)가 1루에 슬라이딩을 하다 부상을 입어 2006시즌을 사실상 접었던 사례도 있다. 이에 KBO는 이후 WBC 4강이상 오를 경우 참가한 선수들의 훈련 소집일부터 대회 종료일까지의 날짜만큼 FA 기간을 단축해주는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WBC에 선수가 차출됐다고 해서 꼭 손해를 본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실제 WBC에 참가한 선수들이 이후 정규시즌서 좋은 성적을 올린 케이스도 많았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몸 만들기에 예민한 투수들이 WBC에 참가했다고 해서 정규시즌서 악영향을 미친다는 명백한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WBC 조직위원회는 그래서 투수들에게 투구수 규정 조치로 배려를 하고 있다.
오히려 WBC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칠 경우 그 자체로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록 일본에서 성공을 하진 못했으나 김태균(한화)과 이범호(KIA)도 2회 WBC 이후 일본에 진출했었다. 올 시즌부터 LA 다저스에서 뛰는 류현진도 2009년 WBC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게 메이저리그 진출에 플러스 점수가 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이쯤되면 삼성과 롯데가 많은 선수를 차출했다고 해서 굳이 억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선수들은 부담스러워도 그 자체로 영광이다
또 하나. 이번 WBC에 유독 선수교체가 잦은 걸 두고 ‘병역 혜택이 없고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게 부담스러워서 부상을 이유로 빠져나갔다’는 설이 대두했는데, 이 역시 출처 불분명한 것이다. 한 야구인은 “사실 선수 개인적인 심정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도 “요즘 젊은 선수들은 태극마크가 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안다. 부담스러워도 대표팀에 뽑히면 온 몸을 불사를 선수들이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적어도 대회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혹은 몸을 사리기 위해 부상을 핑계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수 차례 국제대회를 통해 국제대회가 주는 전율과 팬들의 감동을 가슴으로 느꼈던 선수들은 오히려 대표팀에 뽑히면 국민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겨주겠다는 마음이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걱정이 없진 않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은 애당초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선정에서 제외될 정도로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합류가 결정돼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1~2회 대회 보다 전력이 약하다. 그런 뜻에서 또 다른 야구인은 “삼성과 롯데에서 많은 선수가 뽑힌 건 대표팀의 약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들고 싶은 코칭스태프의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상으로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WBC 대표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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