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 때 성악가를 꿈꿨다. 고등학교 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본 후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다. 90년대 영화와 드라마 흥행의 아이콘으로, 진중하고 사려 깊은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욕 잘하는 왕을 완벽히 소화하며 '친근한 아저씨'로 추락(?)했다.
바로 배우 한석규의 이야기다. 한석규는 배우로서 말하기 보다는 연기로 보여주는 것을 더 잘하고 원해왔던 배우다. 이런 그가 자신의 20번째 작품인 영화 '파파로티'를 통해 또 한 번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한석규는 "시나리오를 처음 본 것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촬영하기 전이었다. 캐스팅 단계 전, 초고 수준이었다. 읽어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과 학생의 이야기라는 게 좋았다. 게다가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 꿈을 찾아 각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고 밝혔다.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은 시나리오임에도 '파파로티'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게 된 한석규는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그리고 상진 역을 맡아 까칠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대량 방출했다. 연기 톤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좀 더 현실감 있게 연기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본인 스스로는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연기했지만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뒤따랐다. 하지만 공개된 상진의 모습은 모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하기 충분했다.
한석규는 "한없이 나락에 빠져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꾸역꾸역 사는 인물이 어느 날 장호(이제훈)라는 제자를 봤을 때 느끼는 분노, 질투 같은 마음을 느낀다. 피아노 신에서 그런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 때 마음은 한 단어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다. 부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 인물을 축으로 놓고 하는 얘기다. 장호를 만나 자신의 꿈을 다른 방향으로 실현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좋았다. 더 나아가 끊임없이 꿈을 향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화를 영화화 한데다, 성악에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달이 성악가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큰 반전을 안기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한석규는 "윤종찬 감독님과 KM컬쳐 박 대표님과 많이 얘기했던 게 전체적인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였다. 굉장히 많이 생각했다"며 "나쁜 단어로 뻔한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뻔한 스토리였다. 그걸 어떤 연출, 톤으로 연기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파파로티'"라고 설명했다.
배우 한석규는 앞으로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모호한 배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사람들의 모든 모습을 담아 한 무대에서 펼쳐 보이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한석규는 "평생 꿈꾸는 무대는 배우마다 다 다를 것이다. 배우는 사람을 그리는 일이다. 어떤 작품마다 조금씩 변주되지만 돌이켜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한 배우가 그리고자하는 사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모호한 인간이다. 이 사람이 악한 놈인지 착한 놈인지, 비겁한 놈인지 용기 있는 놈인지. 내가 보는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런 걸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석규가 출연한 영화 '파파로티'는 비록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천부적 재능을 지닌 성악 천재 건달 장호(이제훈)가 큰 형님보다 무서운, 까칠하고 시니컬한 음악 선생 상진(한석규)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14일 개봉.
[배우 한석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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