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상구를 찾아라.
2012-20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최악의 시즌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농구 팬들은 프로농구라는 콘텐츠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이 점화된 뒤 6일 삼성-KT전이 열린 잠실체육관 관중은 올 시즌 최소인 1416명. 썰렁하다 못해 적막감이 돌았다. 겨울스포츠의 최고봉이란 수식어가 민망해진 건 오래 전 일이다.
유독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은 올 시즌이다. 지난해 12월 윤호영 심판의 욕설 논란과 프로-아마 최강전서 일부 프로팀들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기운영 논란. 1월 말부터 점화된 일부 팀들의 져주기 논란. 하다 못해 이젠 승부조작 의혹까지 터졌다. 7일 검찰조사를 받은 동부 강동희 감독은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있었다. 길거리에 이승준-이동준이 다녀도 잘 못 알아보는 현실. 자극적인 사건이 터져야 주목 받는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사건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악의 사태다. 그는 프로농구 원년 MVP이자 시대를 풍미한 대스타 출신 포인트가드다. 한때 누군가에겐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강 감독은 아직 혐의가 입증되진 않았으나 논란 자체로도 꿈과 희망을 가진 농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사실일 경우 최고 수준의 징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사태들은 프로농구 코트가 얼마나 얼룩졌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농구에 신뢰가 깨진 지 오래다. 불신과 의심만이 가득하다. 불신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의심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경기력 향상과 제도적 문제로 인한 논의의 장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 농구 팬들은 코트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승부조작사건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강 감독 관련 보도 이후 프로농구 관중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농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그러나 올 시즌 각종 악재로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팬들의 관심 없이는 프로농구 존재 가치가 없다. 기본적으로 농구인들이 각종 깨끗하지 못한 뒷거래에 죄의식을 갖지 못한 게 문제지만, 이를 수수방관하고 우야무야 넘어가려고 한 KBL, 대한농구협회의 행정 처리도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다. KBL은 올 시즌 거듭된 악재에도 변명에만 급급했을 뿐, 변변한 후속대책을 내놓은 게 없다.
한국농구를 주관하는 단체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니 사공이 많은 한국농구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젠 정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다. 농구인들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가 호되게 봉변을 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조차 3류로 밀려난 경쟁력, 낙후된 행정력으로 인한 허약한 저변,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한 코트.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안 보이는 농구인들. 농구 팬들은 신이 아니다. 농구라는 콘텐츠에 한번 질린 소비자를 다시 붙잡기는 쉽지 않다.
져주기 논란에 국내 프로스포츠 중 최초로 감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일어난 상황.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선수들의 진실도 진실로 보이지 않는다. 농구가 농구로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농구는 추락할 만큼 추락했다. 비상구를 찾아야 한다.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다시 붙잡으려면 농구인들의 뼈 저린 반성과 신뢰 회복만이 살 길이다.
[KBL 로고.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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