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긴장 속 여유.
요즘 LG 덕아웃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LG는 ‘올 시즌은 꼭 포스트시즌에 갑니다’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팀이다.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지난 10년의 세월. 요즘 말로 흑역사다. 기분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가을잔치를 구경했다는 것 이상으로 슬픈 일은 없다.
LG는 올 시즌 김기태 감독 2년차를 맞았다. 지난해 LG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힘이 떨어지며 가라앉는 지난 10년 동안의 LG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단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모래알’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LG를 두고 많은 야구인이 성적과는 별개로 “팀이 하나로 뭉쳤다”는 말을 상당히 많이 했다. 팀 성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인스텟이나 관리하는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김 감독을 중심으로 진정한 팀이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맞이한 올 시즌. 지난 시즌에 비하면 LG 덕아웃에 여유가 보인다. 긴장감이 풀어졌다는 소리가 아니다. 선수들은 여전히 비장하다. 그 비장함 속에서 지난해 최악의 시련을 겪어낸, 마치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듯한 단단함이 서려있었다. LG는 지난해 마운드가 몰라보게 안정감을 찾았다. 물론 리그 정상권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유원상, 봉중근을 축으로 드디어 ‘필승조’를 구축했다. 올 시즌엔 FA 정현욱의 가세로 뒷문만큼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선발진 구상에 한창이다. 1년 전을 돌이켜보자. 승부조작 사태로 박현준과 김성현. 두 젊은 영건이 빠져나갔다. 김 감독으로선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엔 지난해부터 봐 뒀던 선수들이 예정대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LG 원투펀치는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 문제는 토종 선수가 구성해야 할 3~5선발. 지난 10년간 여기서 구멍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다를지, 지난해와 같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보단 훨씬 낫죠”라는 김 감독의 작은 미소 속에서 LG의 2013년이 지난해보다 한결 희망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올 시즌 LG 토종 선발진은 우규민, 신정락, 임찬규, 김효남이 경쟁 중이다. 이들은 최근 나란히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을 하고 있다. 롯데와의 부산 2연전서 임찬규는 호투, 우규민은 다소 부진했다. KIA와의 포항 2연전서 신정락과 임찬규가 마지막 테스트를 받는다.
김 감독은 “선발진에 잠수함을 넣을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임찬규는 공을 때리는 힘이 좋아졌다. 우규민의 투구내용도 나쁘지 않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내비쳤다. 어쨌든 시범경기가 끝나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 감독은 “선발 후보는 8~9명이 있어야 한다”며 개막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지는 투수는 일단 불펜 대기할 것이라고 했다.
LG 불펜은 어깨와 팔꿈치에 피로가 쌓인 유원상만 정상 복귀하면 토대가 잡힌다. 선발 후보가 롱릴리프로 받치고 선발투수들이 5~6이닝을 책임질 경우 LG 마운드도 제법 괜찮은 모양새를 갖춘다. 타선에선 어깨에 미세한 통증을 입은 이대형, 컨디션 조절 중인 큰 이병규만 합류하면 된다. 주전 2루수와 외야진, 그리고 타자들의 타순 결정만 남았다. 야수 교통정리가 끝나면 개막전 준비도 끝난다.
김 감독은 섣불리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올 시즌에도 그저 선수들을 하나로 모이게 한 원동력이었던 주먹을 부딪치는 스킨십을 이어가며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그 비장한 각오 속에서 “더 이상 자존심 상하기 싫다”는 표정이 읽힌다. LG 덕아웃에 긴장 속 약간의 여유, 그리고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따뜻한 봄에 씨앗을 잘 뿌려야, 가을에 알찬 과실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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