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사제가 포옹하며 아름다운 마무리가 이뤄졌다.
서장훈이 선수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서장훈은 21일 서울 세종로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수생활을 마친 소회를 표현했다. 마지막은 전창진 감독과의 포옹이었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소감문을 읽은 뒤 서장훈은 취재진의 질의에 답했다. 이날 이후 당분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서장훈에게 마지막 질문들이 쏟아졌다. 서장훈은 모든 물음에 성실히 답하며 팬들과의 작별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KT 전창진 감독이 마이크를 든 것이다. 전 감독은 "어제까지는 감독이었지만 오늘은 서장훈 선수의 팬으로서 질문을 하고 싶다"는 말로 시작했다. 아끼는 후배이자 제자의 은퇴를 축하하는 옅은 미소와 함께였다.
이어 "정상에 있다가 내려오는 시점에 김주성이라는 선수가 나타났다. 모든 언론이 김주성에 쏠리고, 서장훈과의 대결에서 기록은 서장훈이 이겼는데 팀이 지면 김주성이 서장훈에게 이겼다는 기사가 많이 났다. 당시 속상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서장훈은 "감독님이 질문하셔서 당황스럽다"면서도 침착히 답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니까 생각도 젊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다른 선수들과 항상 비교되면서 선수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당연히 사람이다 보니 의식을 하게 됐는데, 어느 시대나 기존에 있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에게 기대를 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이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다"고 서장훈은 말했다.
이어 "지금의 주성이도 앞으로 후배들과 비교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억울한 부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때는 조금 속이 상했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있어서 오히려 자극을 받고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다음 질문으로 취재진이 전창진 감독과 함께했던 시간에 대해 묻자 "감독님도 말씀하신 적이 있지만, 지금의 나이가 아니라 좀 더 젊었을 때 감독님과 함께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그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 큰 형님이자 멘토였다.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됐는데, 아마 감독님이 1년 동안 넓은 마음으로 배려해주시지 않았다면 마지막 떠나는 길이 너무 외롭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마지막에 복을 받는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말로 마음을 표현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은 포옹이었다.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에 전 감독은 서장훈을 안아주었다. 두 사람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전창진 감독(왼쪽)과 서장훈.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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