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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일요 예능을 굳건하게 지켜오던 KBS 2TV '개그콘서트'가 흔들리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4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14.9%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 17일 방송분이 기록한 15.8%보다 0.9%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3월 내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방송 중간 시작되는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과 SBS 드라마 '돈의 화신'이 인물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개그콘서트' 시청률 하락에 한 몫하고 있지만 과거 '닥터진'의 송승헌과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을 두렵게 하던 '개그콘서트'의 명성이 시들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명성과 함께 '개그콘서트'의 위기론 역시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었다. 특히 배우와 가수들이 자신들의 작품, 앨범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개그콘서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고 전성기 시절 인기를 누렸던 '용감한 녀석들' '애정남' 등만큼 영향력 있는 코너들이 없다는 것도 '개그콘서트'의 위기론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변화'라는 칼날을 뽑아들었고 무섭고 빠르게 쳐내고 만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 주범이 됐다. 방송 1회만에 폐지되고 신설되는 LTE급 변화에 시청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다. 마음에 들었던 코너가 다음 방송에서 볼 수 없고 새로운 멤버로 새로운 코너가 등장하는 일이 부지기수.
제작진의 의도대로라면 '변화'를 통해 생존해 낸 코너들이 높은 인기를 누려야 하지만 실상으로 봤을 땐 제작진의 생각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날 설특집 방송을 통해 극적으로 소생한 '버티고'가 이날 코너별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재미없다고 폐지됐던 코너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 재등장한 이후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지에 대한 사전 공지가 없다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허무함을 안긴다. 코너별 프로그램인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개그콘서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코너를 보기 위해 모든 코너들을 시청해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코너를 위해 인내심을 발휘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라며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코너는 결국 프로그램이 끝날 때 까지 예고나 설명 없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코너의 폐지를 인지하고 일주일의 인내심을 짜냈던 시청자들은 허무함과 함께 월요병 피로를 느낀다.
개그맨들도 긴장하고 실수한다. 끝없는 연습을 통해 무대에 올랐지만 긴장 탓에 준비했던 개그를 마음껏 보여주지 못할 수도 없다. 이 단 한 번의 무대로 그들의 개그와 노력을 판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물론 이 같은 LTE급 변화에 대한 성공 여부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양새라면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되새겨 볼 때가 아닐까.
[LTE급 변화를 보이고 있는 '개그콘서트'. 사진 = 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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