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투수가 있어야 하는데.”
두산 김진욱 감독의 최대 고민은 불펜이다. 시즌 초반 계획했던 그림이 완벽하게 어긋났다. 마무리로 점 찍었던 홍상삼은 발 부상 이후 늦게 1군에 합류했으나 구위가 들쭉날쭉하다. 차세대 마무리로 점 찍었던 김강률과 베테랑 이재우는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또 다른 베테랑 정재훈 역시 예전의 구위와는 거리가 있다. 과거 마무리 혹은 필승 셋업맨으로 불펜을 떠받쳤던 이용찬과 임태훈 역시 부상 여파로 1군에 없다.
현재 두산 불펜은 1군 경험이 적은 윤명준, 변진수, 유희관, 오현택 등이 필승계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무게감은 살짝 떨어진다. 조금 검증이 된 투수는 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앞으로 활용해야 할 전도유망한 투수들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야수진 활약이 허약한 불펜에 의해 상쇄되는 경기가 하나, 둘 늘어간다. 김진욱 감독으로서도 답답한 노릇이다.
▲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 어디 없을까
불펜 투수의 최고 덕목은 무엇일까. 역시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긴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다.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단순해도 타자를 힘으로 짓누를 수 있다면 OK. 삼성 오승환이 롱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타자들이 오승환의 직구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가도 치지 못하고 돌아선다. 실제 상대해보면 그 돌직구에 주눅 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두산엔 이런 유형의 투수가 귀하다. 김 감독은 “우리 불펜 투수들은 수싸움이나 제구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물론 과거 이용찬과 임태훈은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케이스였으나 선발로 전향했고, 현재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주목하는 불펜 투수는 김강률이다.
그는 팀내 불펜 투수 중 직구 구위가 가장 좋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1군엔 없다. 가벼운 팔꿈치 통증으로 몸을 만드는 중이다. 김 감독은 장기적으로 그를 셋업맨, 나아가 마무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강률이의 몸 상태는 좋다. 2군 게임에 내보내서 상태를 체크한 뒤 1군에 올릴 계획이다. 1군에 올라오면 일단 (오)현택이 앞에서 던지는 셋업맨 역할을 맡길 것이다”고 했다.
▲ 유희관-김강률-오현택, 그리고 또 다른 고민
김 감독은 일단 마무리 오현택 체제에 유희관, 김강률을 좌우 셋업맨으로 내세우는 그림을 구상 중이다. 현재 유희관과 오현택의 페이스는 괜찮다. 두산 불펜 투수들 중 단연 우등생. 좌완 유희관은 17경기서 1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01. 김 감독은 “앞으로도 좌완 셋업맨으로 활용한다”라고 못 박은 상태. 사이드암 오현택은 팀내에서 가장 많은 4세이브를 쌓았다. 3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9.
사실 1군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유희관과 오현택, 김강률이 더운 올 여름 극심한 순위 다툼을 잘 이겨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 점을 대비해 베테랑 이재우, 정재훈의 컨디션 체크도 중요한 사항이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경험이 많기 때문에 시즌 중반 승부처에서 중요한 카드로 쓰일 수밖에 없다. 물론 두 사람 역시 현 시점에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하긴 쉽지 않을 전망.
쓸만한 자원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기대처럼 구위 자체가 싱싱한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부상 전력, 경험 부족으로 인한 성장통이 맞물려 좀처럼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한다. 현 시점에서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장기적인 보직은 결정된 게 없다. 김 감독은 “상삼이를 앞으로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정대현, 변진수 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게럿 올슨과 이용찬의 1군 복귀도 중요한 대목. 김 감독은 허벅지 부상을 입은 올슨은 5월 안에, 이용찬은 6월 초로 복귀 시점을 예상한다. 두 사람의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결국 선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이 선발에 합류하고 자리를 잡아야 불펜 부하가 덜어진다. 그럴 경우 김상현 등 일부 투수들의 보직도 조정될 수 있어 장기적으론 불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두산 불펜이 언제쯤 본 궤도에 올라설까. 시즌은 어느덧 4분의 1 지점을 향하고 있다. 빨리 정비가 돼야 여름 순위싸움에 승산이 있다. 김강률 외에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불펜 투수를 애타게 찾는 김진욱 감독. 심지어 “트레이드의 문도 언제든 열려있다”고 했다. 두산 불펜의 고민이 깊어진다.
[김강률(위), 유희관(중간), 오현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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