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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은 일부 연령층의 전유물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이런 이유로 성인 관객들은 국내 애니메이션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국내만 벗어난다면 말은 달라진다.
해외에서는 영화 ‘아바타’와 같은 큰 규모의 애니메이션이 존재한다. 긴 시간과 큰 돈을 들여, 그만큼 공을 들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눈은 높아질만큼 높아졌다. 조금만 어설퍼도 외면 받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국내의 애니메이션 상황은 과연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다만 뛰어난 인재들이 설 자리가 없을 뿐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탄생시킨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드림웍스, 픽사와 더불어 할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자리잡은 블루스카이의 신작 ‘에픽: 숲속의 전설’이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전세계적으로 총 28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비롯, 세계적으로 4억 달러를 벌어들인 ‘리오’를 흥행 시킨 곳이다. 이곳에는 한국인 인재가 있다. 바로 이상준(42)씨와 성지연(36)씨다.
영화 ‘에픽’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두 사람을 만났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씨와 라이팅 수퍼바이저(조명감독) 성지연씨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을 실로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필요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라이팅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조명을 사용하기 전에는 회색으로 보인다. 명암과 텍스쳐, 그림자와 디테일이 생겨난다. 실사 영화와 똑같은 작업이다. 배우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잘보이기 위해 조명을 주는 것과 같다.”
듣고보니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조명이 들어가기 전 캐릭터의 전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은 바로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씨다.
“스토리에 필요한 캐릭터,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 또 그 캐릭터가 스크린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에픽’은 총 제작 기간이 10년이 걸렸다. 기획단계부터 프리 프로덕션만 5년이다. 내가 사전 작업을 하고 나면 조명을 넣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흔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그 긴 시간동안 한 작품을 위해 공을 들였다. ‘에픽’은 그 공이 느껴질만한 작품이다. 이미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체고 등 9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런 위대한 작품의 밑그림을 그린 이상준씨는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인재가 있지만, 그 인재들이 찾을 곳이 없다. 그만큼 투자가 부족하다. 이는 이상준씨와 성지연씨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자신들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꿈은 따로 있다. 언젠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이뤄질수 있는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성지연씨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영화에 참여 할 것이다. 언젠가 한국 영화 제작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준씨 역시 “한국 영화 제작도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의 인력들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에픽: 숲속의 전설'은 신비로운 숲의 세계, 우연히 그곳으로 빠져든 소녀 엠케이가 숲의 전사들과 함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이들에 맞서 대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3D 애니메이션이다. 2AM 멤버 정진운과 카라 멤버 한승연이 더빙을 맡았다. 오는 8월 7일 개봉.
[애니메이션 '에픽'의 라이팅 수퍼바이저 성지연(위 왼쪽)씨와 캐릭터 디자이너 이상준씨.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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