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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가수들이 홍보지원대원, 소위 연예병사라는 미명아래 군 위문공연 후 사복 차림에 휴대폰을 쓰고 술자리를 갖는 가 하면 새벽녘 유흥업소를 활보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달 25일 SBS ‘현장21-연예병사의 화려한 외출’ 편이 방송된 직후 후폭풍은 상당했다. 짧은 방송 시간, 파파라치식 폭로성 보도에 다소 자극적으로 흐른 편집 방향을 감안하더라도 연예인들의 마치 민간인과 흡사한 군생활은 확실히 일반 병사들의 생활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고,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어 ‘현장21’은 다음 방송에서 연예병사 2탄을 예고했고 두 번째 방송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제작진 중 중심 취재를 맡았던 김정윤 기자를 포함해 취재 기자 4명이 돌연 타 부서로 전출되며 인원이 감축, 보도의 후폭풍에 따른 외압설이 제기돼 또 한 번 파장을 낳았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이번 인사는 보도국장이 바뀌면서 생긴 인사 개편으로 인원이 많아 축소된 것 뿐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SBS ‘8뉴스’의 김성준 앵커도 “외압인지 아닌지 오늘 ‘8뉴스’ 끝나고 ‘현장21’ 보면 아실 겁니다"라며 ”‘현장21’ 기자가 사회부로 옮긴 게 외압의 증거라면 그 기자가 앞으로 ‘8뉴스’에 비판적인 기사를 더 많이 쓰면 누군가가 ‘8뉴스’ 잘 되라고 ‘현장21’에 외압을 넣은 셈이 되겠네요“라고 외압설을 반박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김정윤 기자는 마이데일리에 “내가 발령을 내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향후 ‘현장21’의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 역시 그 부분이 걱정되는 상황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외압설에 프로그램 존폐 위기까지, 또 한 번의 논란 속에 2일 전파를 탄 ‘현장 21-연예병사의 화려한 외출 불편한 진실’ 편은 국방홍보원 내부에 밝은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연예병사들의 충격적인 병영생활의 실상 폭로와 더불어 연예병사들과 국방홍보원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현 연예병사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지난주 방송된 강원 춘천 위문 공연 후 연예병사들의 모습은 하룻밤 실수가 아니고, 이같은 행태들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대구, 광명 등지에서의 위문공연 이후 병사들의 군생활 모습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들 역시 공연 후 바로 자대 복귀를 하지 않고 모텔에 투숙했으며, 사복 차림에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했고 술자리를 가졌다.
또 국방홍보원 내부에서의 생활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 국방홍보원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연예병사들은 사복에 휴대폰은 물론이거니와 서로 간의 호칭도 자유로웠으며, 인터넷 사용도 용이했고 온갖 핑계를 대며 빈번하게 외출, 외박도 쓰고 있었다. 또 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체력단련실에는 대형 TV, 게임기 및 사적으로 입을 수 있는 의류 및 소지품 등이 구비돼 있었고, 심지어 국방홍보원이 이들에게 법인카드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연예병사는 지시 불이행, 보안위규, 영외이탈 등의 사례로 총 4건에 불과하며 이 또한 휴가제한 및 근신 처리 정도의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책임자의 경우에도 부서 이동이나 부서 이름이 바뀌는 정도였을 뿐 별다른 문책을 받지 않았고 이를 담당하는 한 군 간부는 그간 각종 사고에도 불구하고 5년 넘게 한 번도 직책이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제작진은 전 위문공연 여성 공연단원의 증언을 토대로 국방홍보원 내 성추행 및 무대 장치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의혹 등의 비리도 폭로하며 또 다른 의혹들도 제기했다.
이날 방송은 과거 국방홍보원과 위문공연단에 몸담았던 이들의 일방적인 제보를 바탕으로 해 이들의 증언만으로 국방홍보원 전반의 문제인양 확대해석하기에는 분명 어폐가 있어 보였지만 제작진은 분명 국방홍보원 내부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연예병사가 온갖 특혜를 받으며 국방홍보원 내에서 왕이 될 수 밖에 없는, 관리자와 피관리자가 뒤바뀌게 된 것은 현 연예병사제도의 시스템적인 문제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홍보원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연예병사들 역시 늘어났고 이들은 현재 1년에 약 50회 안팎의 위문 공연을 소화하고 군 관련 행사 뿐만 아니라 각종 지방자치단체 행사에 심지어 해외 행사까지 차출되는 등 과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군 입장에선 이들에게 줄 당근으로 자연스레 생활상의 편의 보장이나 잦은 외박, 외출 등의 카드를 쓰고 이를 묵인해 왔다는 것.
지난주 방송에서 연예인의 실명이 거의 노출되며 까발려진 연예병사 개개인의 방만한 복무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거세게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면, 이제는 이같은 행태가 만연하게 된 국방홍보원 자체에 대한 문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2일 국방운영개선 소위원회를 열고 연예병사들이 군인이라기보다 민간 연예인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연예병사들에 대한 국방부의 관리 감독이 총체적 부실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 국방위는 오는 5일 국방부 특별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연예 병사제도 폐지를 포함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논란과 후폭풍 속에 국방부는 어떤 감사 결과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현 연예병사제도에 의문을 던진 '현장 21'.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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