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럴 때일수록 초심 잃지 말고 겸손해야죠.”
바야흐로 LG 광풍 시대다. 최근 10연속 위닝시리즈. 38승 28패로 선두 삼성에 3경기 뒤진 2위. LG가 이젠 바뀌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최근 수년간 반짝 타올랐다가 사그라졌던 불꽃. 이젠 계속 태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우천 취소된 2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김기태 감독의 어조도 분명했다. “팀에 힘이 붙었다.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라고 했다.
3.48로 팀 평균자책점 1위다. 수년간 고질적 마운드 불안 속 하위권으로 처졌던 LG였다. 올 시즌엔 봉중근-정현욱-이동현-임정우-류택현-이상열이 확실한 역할분담으로 단단한 불펜을 쌓았다. 레다메스 리즈- 벤자민 주키치-우규민-신정락-류제국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좋다. 팀 타율 0.280, 팀 득점권 타율 0.285로 모두 2위를 달리는 타선은 장타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응집력은 리그 최고 수준.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기존 베테랑들의 여전한 활약에 문선재, 김용의, 정의윤 등의 성장으로 신구조화를 이뤘다.
▲ 10연속 위닝시리즈, LG 야구에 좋은 습관 생겼다
LG는 5월 31일 당시 22승 23패로 6위였다. 선두 넥센과 무려 8게임 차. 그러나 6월에만 무려 16승 5패를 기록했다.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젠 삼성과 선두경쟁을 벌일 태세. 5월 21일부터 10연속 위닝시리즈. LG야구에 확실히 좋은 습관이 생겼다. 10연속 위닝시리즈를 살펴보면 7차례 2승 1패를 기록했다. 강팀의 이상적인 행보. 3승보다 더 어려운 게 꾸준한 2승 1패다. LG야구에 꾸준함과 폭발력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10연속 위닝시리즈 속에 무수한 위기가 있었다는 게 김 감독의 회상이다. 하지만, 지금 LG 야구엔 선수-코칭스태프-프런트에 상호 믿음이 생겼다. 김 감독은 “일요일(6월 30일) SK전도 넘어갈꺼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대단하다. 고비를 넘어가는 힘이 생겼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한 마디로 “좋은 습관이 생겼다”라고 정의했다. 더 이상 패배 의식은 없다. 두려움도 없다.
김 감독이 느끼는 달라진 LG. “선수들에게 지나간 플레이에 대해 물어보면 감독 앞이라 주눅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네 혹은 아닙니다’라고 했다.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감독 앞에서 플레이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그 상황이 어떻게 됐고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더라.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선수들 스스로 감독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정도로 플레이에 확신이 생겼다는 의미다.
▲ DTD에 숨었던 LG 팬들, 이젠 엘부심 갖고 엘밍아웃!
LG만큼 그 동안 수 많은 신조어를 낳았던 팀이 있을까.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10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LG는 좌절했다. 팬들도 함께 울었다. 오죽 했으면 DTD(Down team is down), ‘엘레발(LG 설레발)’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또 LG 유니폼만 입으면 부진하고 LG 유니폼을 벗고 이적하면 펄펄 난다는 ‘탈쥐, 입쥐효과’라는 말도 있었다. LG 팬들은 그동안 이런 말들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LG가 지난 10년간 야구를 잘하지 못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젠 다르다. 그동안 잠복했던 LG 팬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실제 LG 팬 사이트에선 다시 잠실구장으로 향하자는 말이 나온다. 새로운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DTD때부터 반대어로 쓰였던 ‘UTU’(Up team is Up), ‘진격의 LG’를 당당히 사용한다. 또한 숨어있던 팬들은 ‘엘밍아웃’(LG 팬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엘부심’(LG 팬이란 자부심)이란 말도 생겼다. 3일 현재 홈 관중 2만 66명으로 9개구단 선두. 웨스턴리그 올스타투표 전 포지션 선두다. LG 팬들이 이젠 LG야구에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 김기태 감독의 당부, 초심 잃지마! 겸손해라
김기태 감독은 조심스럽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라는 말이 딱 이다. 김 감독은 “LG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다”라고 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건방 떨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에게 간간이 던지는 말 한마디도 한번 더 생각하고 한다. “지금 투수, 야수, 스태프, 프런트가 정말 잘 맞는다”라는 김 감독은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해서 팀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했다. 마찬가지 의미로 후반기 목표에 대해서도 끝내 입을 다물었다. 김 감독은 지금 LG의 좋은 흐름, 좋은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다.
김 감독이 지금 걱정하는 건 단 하나다. 달라진 선수들에게 생긴 자신감이 자칫 도를 넘어 나쁜 방향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혹시 지금 잘 나간다고 야구를 쉽게 생각해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못할까봐 우려한다. 물론 노파심에서다. 하지만, 잘 나가는 LG가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