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후배지만 배워야죠. 그런 걸 부끄러워하진 않습니다.”
달라진 LG야구. 그 요체는 단단한 마운드다. 단단한 마운드의 마침표를 찍는 이. 바로 마무리 봉중근이다. 봉중근은 지난해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뒤 마무리로 전업했다. 지난해 40경기서 26세이브를 쌓았다. 올 시즌엔 잘 나가는 팀과 함께 세이브도 더 많이 쌓고 있다. 27경기서 17세이브. 2일 현재 리그 4위. 이대로라면 1997년 이상훈이 따냈던 LG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였던 37세이브 도전도 가능하다.
정작 봉중근 본인은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봉중근은 올 시즌 어깨 통증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불참했다. 몸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또 최근엔 타구에 종아리를 맞아 투구 밸런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팀이 잘 나가다 보니 호출 횟수도 많아졌다. 작년엔 1이닝 마무리였으나 올 시즌엔 8회에도 심심찮게 마운드에 올라온다. 최근엔 아슬아슬한 곡예 피칭도 나오는 편이다.
▲ 달라진 LG, 덕아웃 쳐다보면 다 일어나있다
봉중근은 김기태 감독과 팀 동료들의 무한 신뢰 속에 마운드에 오른다. 우천취소된 2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최근에 타구에 맞은 게 생각보다 더 아프더라. 테이핑을 해야 하는데 나아질 것 같아서 안 했더니 하체에 힘이 좀 풀렸다. 최근엔 무리를 좀 한 것 같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솔직히 30일 SK전은 좀 힘들었다. 밸런스가 안 맞았다”라고 했다. 당시 그는 1⅔이닝동안 볼넷 4개를 내주며 곡예피칭을 했다. 하지만, 추격하는 SK를 따돌리고 LG의 10연속 위닝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봉중근은 힘을 낸다. “덕아웃을 쳐다보면 선수들이 다 일어나있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불안하면 불펜쪽을 볼 텐데 그런 것 없이 오직 정면만 보신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요즘 자신을 향한 팀 동료, 코칭스태프의 무언의 신뢰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쓰러질 수 없는 봉중근이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직이다. 터프 세이브를 하더라도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8회에 나갈 땐 감독님이 꼭 한번 물어보신다. 요즘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줘서 죄송스럽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이날 경기가 취소되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구속은 많이 올라왔다. 최근 볼넷이 좀 많았는데 2스트라이크 이후 어렵게 간다. 공격적인 투구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 화려한 세레모니, PS 승리? 이상훈 세이브 역사 도전한다
최근 LG는 박빙 승부를 자주 한다. 중요한 건 박빙승부서 자꾸 이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는 점. 봉중근은 그래서 최근 세이브를 따낸 뒤 세레모니가 좀 커졌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해냈다는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좀 자제하려고 한다. 상대에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봉중근은 “내가 게임을 힘들게 만든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세이브가 더 극적으로 나온다. 넥센전 이후 세레모니가 커진 것 같다”라고 웃은 뒤 “요즘 동료들에게 혼나고 있다. SK 정근우에겐 창피해서 사과도 했다. 내가 봐도 꼭 포스트시즌 1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현)재윤이 형이 더 오버한다”라고 농담조로 폭로하기도 했다.
동료에게 정말 고맙다는 봉중근이다. “현욱이 형, 상열이 형, 동현이, 정우 등 우리 불펜 투수들이 정말 고생한다”라는 그는 “요즘은 지고 있어도 역전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한다. 6월 이후 LG는 변했다. 내 어깨도 지칠 줄 알았는데 더 강해지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 자신감. 또 다른 목표에 정조준하게 된 동기가 됐다. 1997년 이상훈의 37세이브다. 역대 LG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기록. 봉중근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라고 했다.
▲ 리버스 멘토링… 올스타 최다득표 1위도 배움은 끝 없다
LG는 최근 발표된 올스타 팬투표 중간집계 결과 웨스턴리그 1위를 독식하고 있다. 봉중근은 최다득표자다. 삼성 오승환을 제쳤다. “정말 감사하다. 내가 인정받는다는 것 아닌가. 뿌듯하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오승환 얘기가 나오자 겸손모드로 바뀌었다. “아직 승환이와 기록 대결을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무리 9년차 오승환에 비하면 아직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겸손함이다.
봉중근은 “승환이에게 배운다”라고 했다. 이어 “승락이에게도 배운다”라고 했다. 오승환과 손승락. 둘 다 봉중근의 후배다. 하지만, 마무리로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 봉중근은 “모르는 걸 묻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배움에는 선, 후배가 없다”라고 했다. 오히려 “승환이와 승락이가 이것저것 말을 잘 해준다. 고맙다”라고 했다.
봉중근은 오승환에게 마인드 컨트롤, 마운드에서 취해야 할 제스쳐를 비롯해 3~4일 등판하지 않았을 때, 혹은 3일 연투했을 때 다음날 대처와 준비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구종이나 볼배합은 어차피 배울 수 없다”라고 웃었다. 좀 더 좋은 마무리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봉중근이다. 이른바 ‘리버스 멘토링’ (Reverse Mentoring).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 봉중근에겐 후배에게도 배울 수 있다는 용기가 있다.
봉중근이 포효하는 날은 LG가 짜릿하게 승리를 거둔 날이다. LG는 봉중근의 환호를 더 자주보길 원한다. 봉중근 역시 LG를 위해 오승환에게 배워서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 이젠 1997년 이상훈의 아성에 도전하는 봉중근. 돌풍에서 태풍, 태풍에서 광풍으로 진화 중인 LG 야구의 놀라운 단면이다.
[봉중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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