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JJ-Star상, 제23회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상, 제65회 칸영화제 카날플러스상,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언급상,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 인디펜던트 부문 수상.
모두 신수원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고 있는 수상이력이다. 10년 넘게 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신수원 감독은 30대에 늦깎이 학생으로 변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과정을 마쳤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화판으로 뛰어 들었지만 그의 영화 인생은 굵으면서도 화려했다.
신수원 감독은 최근 '명왕성'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 언급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영화 '순환선'으로 칸 국제영화제 카날플러스 수상과 함께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감독'으로 선정됐던 그의 영화는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여성 영화감독 최초 칸과 베를린을 석권했으며 유수의 영화제 측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개봉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베를린영화제에서 14세 이상 섹션인 제네레이션에 초청됐지만 국내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편집 없는 재심의 끝에 이례적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를 확정받긴 했지만 그에게도 '명왕성' 식구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사형선고를 받은 듯한 순간이었다.
신수원 감독은 "싫고 좋고를 떠나 패닉이었다. 가뜩이나 극장 잡기 어려운 영화였는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은 우리에게는 제한상영가나 다름없는 느낌이었다"며 "(실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예상케 하는) 상상이 더 무서웠나보다. 거기서 공포를 느꼈나보다. 그런데 기분이 모호했다. 인정하기 힘든 게 '기준이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영등위는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일부장면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모방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면 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영화"라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명왕성'에서 직접적인 폭력이나 욕설을 찾아볼 수 없다.
'명왕성'은 시각 보다는 감정적인 자극을 주는 영화다. 입시전쟁에 놓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상위 1%의 비밀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괴물이 되가는 과정을 그렸지만 극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경쟁사회에 내몰린 우리 모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등학교 3학년 주인공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자칫 뻔한 이야기로 보여질 수 있는 것.
신수원 감독은 "그런 부담감이 있어 미스터리 구조의 영화라는 영화적 장치를 썼다. 리얼하게 그리면 약간 다큐멘터리처럼 갈 수도 있다. 영화는 분명히 영화만의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구조와 함께 신수원 감독이 힘을 준 것이 토끼사냥 장면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영화 속 토끼사냥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시나리오 상에 '미로의 복도'라고 적어 놓은 고문실 역시 그가 정성을 쏟은 부분이다. 그는 고비를 넘어 이야기가 흐르는 데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는 장면 하나하나에 더 특별한 정성을 쏟았다. 이와 함께 상징을 통해 영화의 보는 재미, 푸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를 살렸다.
신수원 감독은 "상징이 많은데 내가 차려 놓은 반찬이라고 생각한다. 먹느냐 마느냐, 보느냐 마느냐는 관객들의 몫이다. 반찬을 없앨 수는 없다. 관객들이 골라서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이 아이들이 만들어 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신수원 감독은 "영화 자체가 행복한 영화는 아니다.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 즐거운 영화는 아니지만 이 아이들을 보고 지금 아이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 컸을 때 만들어질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지 불편함이나 답답함 같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명왕성'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초특급 사립고에 존재하는 상위 1%의 비밀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평범한 소년이 충격적 진실을 알게 되며 점차 괴물이 되가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다.
[신수원 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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